추석 앞둔 중소기업계 “명절 같지가 않네요”

중소기업 67.6% '추석 자금난' 호소
상여금 지급 업체도 47.3% 그쳐
10월 경기전망은 2개월만에 반등 가능성

입력 : 2020-09-28 오후 3:52:02
[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 중소 무역 중개업체에 다니는 김희주(34)씨는 올해 추석 연휴가 예년만 못하다. 적은 금액이지만 매년 명절 때마다 나왔던 상여금도 올해는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회사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탓이다. 정부의 이동 자제 명령으로 고향에 내려갈 계획도 무산된 터라 김 씨의 마음은 더욱 무겁기만 하다.
 
중소기업계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예년 명절과는 다른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매출 타격을 입은 곳이 대부분인 상황 속 긴축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정부의 4차 추가경정예산이 본격적으로 풀리는 등 올해 남은 기간 경기가 개선될 것이란 일부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28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에서 중장비 업체를 운영 중인 A사는 최근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코로나19로 수출 길이 막히면서 한때 공장 가동률이 30% 아래로 떨어지는 등 폐업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A사 관계자는 “추석이어도 명절 같은 기분은 나지 않는다”면서 “정부 지원으로 어떻게든 연명은 하고 있지만 자금 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하소연 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실시한 ‘2020년 중소기업 추석자금 수요조사’를 보면 전체 중소기업 중 67.6%는 ‘추석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작년보다 12.6%p 증가한 수치다. 특히 ‘코로나19로 자금난이 악화됐다’는 응답률은 94.1%에 달해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이 같은 중소기업 추석 자금난은 근로자들에게도 그대로 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업체는 47.3%로 작년(55.4%)보다 8.1%p 감소했다. 한 중소기업 재직자는 “회사가 어렵더라도 보통 상여금을 주지 않으면 선물 세트 같은 것을 주곤 했는데 올해는 그마저도 없다”면서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중소기업계에서 자금난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자 정부는 전방위적인 금융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유망 중소벤처기업 93개사를 대상으로 3506억원 규모의 스케일업금융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한편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중소벤처기업의 정책 자금 문턱을 낮추고 일시적 자금 애로를 겪는 성장 유망 기업에 대한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중소기업 경기 전망도 개선될 조짐을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기중앙회가 실시한 ‘2020년 10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10월 업황 전망 경기전망지수는 71.2로 업황 둔화를 예측한 9월 전망 지수(67.9)보다 3.3p 상승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의 감소와 정부의 2차 재난지원금 지원 등 경기부양책으로 경기기대심리가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전산업 전체적으로 2개월 만에 다시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 제조기업 관계자가 내부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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