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코로나19 백신 패권 다툼이 한창인 가운데 중국이 거침없는 행보로 속도를 내고 있다. 팬데믹 사태 근원지라는 불명예를 떨쳐내기 위한 잰걸음으로 풀이되지만, 미검증 백신의 집단 투여와 미흡한 역량 논란이 연일 불거지며 우려를 사는 분위기다.
28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국영 제약사 시노팜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수십만명의 자국 국민에게 접종했다. 시노팜이 개발 중인 백신은 전세계 10여종에 불과한 임상 3상 단계의 코로나19 백신이다. 개발 막바지에 이른 만큼 중국 정부 역시 백신 안정성에 무게를 둔 채 2차 접종까지 준비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이같은 행보에 전세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직 부작용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안정성과 효능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백신의 집단접종은 사상 유례없는 행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최초로 자국 백신을 승인한 러시아 조차 현재까지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접종 계획만 밝힌 상태다.
여기에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또 다른 현지 개발사 시노백이 최근 주요 외신들을 초청해 본사 내부를 공개했지만, 미흡한 백신 취급 상태가 전해지면 안전성에 대한 불신만 키운 상태다. 특히 중국 백신이 국가적으로 임상공개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다는 점도 신뢰도를 저하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지나치게 빠른 행보가 추가적인 감염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롬 킴 국제백신연구소장은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검증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모른채 추가 감염돼 퍼트리는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라고 말했고, 대만의 천스중 위생복리부 부장(국내 장관에 해당)은 "중국 (코로나19)백신은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중국 백신에 거는 기대감은 낮은 편이다. 주요 백신 후보군들의 막바지 연구가 올 연말쯤 도출된 뒤, 내년 일부 상용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충분히 검증된 백신을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은 과학의 영역인 만큼 냉정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라며 "백신 개발 완료가 전염 종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만큼, 철저한 방역관리에 무게를 둬야한다"라고 말했다.
중국 시노팜 소속 직원이 자사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