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증권사 자문형랩이 시장자금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이들이고 있다. 하지만 고수익에 투자자금이 쏠리는 건 당연하나 향후 시장 조정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만큼 금융당국도 자문형랩의 운용현황 공시 의무화 등 서둘러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7년 '인사이트펀드'의 실패사례를 되새겨야 한다는 조언까지 나오고 있다.
24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 4월말 자문형랩 잔액은 1조506억원을 넘어섰다. 한달전 6516억원에 비해 2배 가량 증가한 것. 자문형랩 잔액은 작년 3월말 284억원에 그쳤다. 1년새 20배가 급증하는 등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올들어 더블딥 우려 등으로 증시 오름세가 둔화되면서 주식형펀드에서 빠져 나간 자금은 8조 7000억원 가량.
자문형랩으로 이처럼 자금이 쏠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소수종목에 집중 투자할 수 있는 자문형랩의 수익률이 시장 벤치마크를 크게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설정된 '브레인투자자문 연계 랩'의 현재 누적수익률은 45.67%로 이기간 코스피 상승률(21.57%)을 두 배 이상 웃돌고 있다.
최소가입금액이 낮아지면서 개인투자자의 접근을 쉽게 했다는 점도 자문형랩의 인기 요인이다. 종전 자문형랩의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이었지만 증권사들은 최근 1000만원 단위로 문턱을 낮추고, 매월 몇십만원 단위로 투자할 수 있는 적립식상품까지 내놓는 등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래가 빈번한 자문사 랩이 증권사 입장에서는 더 큰 수수료 수익을 제공한다는 속내도 있다.
◇ 고수익·고위험..펀더멘털 대비 너무 올라
하지만 자문형랩은 고수익을 추구하는 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펀드가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구성되는 데 반해 자문형랩은 일부 종목에 자금을 집중 투자하고 있어 조정시 손실 역시 확대될 수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자문형랩으로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 시장전체에서 1조의 영향력은 크지 않지만 몇몇 종목들에 이 자금이 집중된다면 특정종목의 주가를 과도하게 끌어올리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이 괜찮고 자금이 뒷받침 된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돌발변수나 악재로 해당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면 수익률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할 수 있다"며 투자자의 신중한 판단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