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정준칙'을 고수할 경우 "같이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날 국정감사에서 홍 부총리가 국가채무와 재정적자가 날로 불어나는 상황에 '한국형 재정준칙'을 도입해 나라살림을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을 두고 여당이 경고한 셈이다.
김 의원은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홍남기 부총리가 계속 재정준칙을 밀고 가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냐'는 질문에 "인사권의 문제니까 언급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계속 밀고 가면 같이 갈 수 없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재정준칙에 연연하지 않는 국가들이 경제성장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면서 "코로나19 시기 국가부채보다는 오히려 경기침체를 더 걱정해야 될 상황이기 때문에 재정준칙 도입에 대해서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내놓은 재정준칙을 두고 여당은 '도입 중단'을 , 야당은 '더 엄격한 재정준칙 마련'을 요구하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앞서 기재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재정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를 –3% 이내로 관리하는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와 재정수지적자 비율은 4차 추가경정예산안 마련 기준으로 각각 43.9%와 4.4%다. 기재부는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글로벌 경제 위기 등이 발생하는 경우 재정준칙 한도 적용을 면제하기로 했지만, 구체적 기준은 명시되지 않았다.
여당은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 재정준칙 도입은 오히려 혼란만을 초래할 뿐, 성장률과 재정상태가 안정된 상태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전날 국회 기재위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진국에 비해 현재 3분의 1정도 밖에 안 되는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수준을 고려할 때 긴축적 재정정책을 강제할 가능성이 큰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야당은 정부안이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은 "우리는 원 없이 쓰고 차기 정부 부담은 모르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한국경제학회가 국내 40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2%가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국가채무비율에 문제없다는 정부 입장에 대한 '비동의' 의견은 75%에 달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