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시무7조'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화제를 모았던 진인 조은산이 개천절 집회를 차벽으로 봉쇄한 조치와 관련해 "명박산성 앞에 자유를 운운하던 정치인은 재인산성 뒤에 급히 숨어 공권력을 운운한다"고 지적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청와대를 에워싼 '명박산성'과의 비교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과 최소한의 집회 시위까지 차단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팽팽히 갈리고 있다.
조은산씨는 5일 자신의 블로그에 ‘이낙연 대표님께 바치는 산성가(山城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지난 2008년 광우병 집회 때 설치된 이른바 ‘명박산성’과 지난 3일 개천절 광화문 집회 차단을 위해 경찰 버스로 만들어진 ‘재인산성’을 두고 이 대표가 이중성을 보였다며 비판했다.
조씨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을 향해 “광우병 사태가 한창이던 때 이 대표는 집회 시위와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이명박 정부의 공권력 남용을 규탄했고, 이제 그 말들은 숙주를 찾아 저에게 옮겨왔으며 다시 이 글을 통해 당 대표님께 들러붙어 주인을 찾은 모양새”라고 비꼬았다. 개천절 광화문 집회를 앞두고 서울지방경찰청을 찾는 등 불법 집회에 대해 '엄단'하라며 강경 행보를 보인 이 대표의 행동이 전형적인 이중잣대라는 지적이다.
조씨는 “이 대표의 발언과 행보는 작금의 사태에 도움은커녕 대립과 갈등의 골만 깊어지게 할 뿐”이라면서 “코로나라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헌법이 보장한 집회 시위의 권리마저 박탈당한 국민에 대한 극심한 조롱에 가깝다. 마땅히 시정돼야 하며 스스로 각성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개천절 집회가 일각의 우려와 달리 큰 충돌 없이 넘어간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보수 단체는 오는 9일 한글날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정부는 엄정 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으나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안전 등 기본권 충돌에 따른 의견 대립은 치열하다.
한 누리꾼은 "명박산성은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청와대를 에워싼 것이고, 재인산성은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광화문을 에워싼 것"으로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온국민이 힘을 합쳐 전염병 테러를 힘겹게 막고 있는데 이를 정치문제로 끌어들인다는 비판이다.
반면 집회 시위를 옹호하는 입장을 보인 누리꾼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대표를 향해 던진 묵직하고 날카로운 돌"이라며 "광화문에 경찰버스로 산성을 쌓아 놓고 그 안에서 떨면서 야당의 아전인수라며 정신승리하는 초라한 대통령과 간신들"이라며 날을 세웠다. 방역 수칙을 준수한다면 최소한의 집회 시위는 보장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개천절이자 코로나19 전파 우려로 서울 도심 집회가 전면 금지된 지난 3일 서울 종로1가 인도에서 시위자들이 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