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정부와 전문가들이 전국민 고용보험의 중요성을 인지한데는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에서 고용보험이 소득보장과 경기진작이라는 기대했던 역할을 다하지 못해서다. 고용보험 보호 범위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보니 단기 긴급지원금 등을 지급하며 비효율적인 땜질 처방에 그쳤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기준 고용보험 가입률이 정규직은 84.0%에 반해 비정규직은 40.2%에 그친다. 비정규직 노동자 3분의 2가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고용보험 미가입 취약계층 규모를 458만명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한국고용정보원은 작년기준 플랫폼종사자 규모를 46만9000명으로 예상했다. 고용안전망이 실업과 소득 감소를 경험하는 사람들을 위한 소득 보호 역할을 수행하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노동시장 고용 지위에 따라 적용되는 고용보험이 앞으로 소득이 발생하면 자동 적용되도록 해야 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취업자 '빈익빈'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코로나19가 노동에 미친 영향에 대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실직자 비중이 5.0%로 조사됐다. 임금근로자는 5.1%, 비임금근로자는 5.6%였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에 대한 고용취약성 측정 및 평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 전체 취업자 3명중 1명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장기적으로 감염병에 취약한 고대면접촉·비재택근무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의 46%가 되는 만큼 '고용안전망' 밖의 취업자 충격이 높다는 것이다. 한은은 개인 특성별로 볼때 저소득, 저학력, 청년, 여성, 임시일용직, 자영업자, 고용보험 미가입자 등이 상대적으로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근로시간도 크게 줄었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소득 부족 때문에 추가로 일하기 희망하는 임금근로자 비중이 11.3%인데 실제 근로시간은 임금근로자 중 26.1%가 주당 평균 9.6시간이 감소했다.
비자발적 무급·유급휴직자 비중은 25.4%에 달했는데 무급 휴직 비중은 소규모 사업체일수록 비중과 사용일수가 높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일시휴직자는 14만2000명 증가에 그쳤지만 3~4월 100만명을 넘어섰고, 큰 폭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도 코로나 재확산 여부에 따라 일시휴직자는 급증 가능성이 높다.
일시휴직자가 늘고, 근로시간이 줄면서 근로소득 감소도 이어졌다. 상여포함 임금근로자 중 28.7%가 월평균 근로소득이 감소했는데 감소수준은 20.4%다. 임금근로자 월평균임금 264만원으로 감안할 때 평균 54만원씩 감소한 것이다. 통계청의 2분기 가계소득 통계에서도 2분기 중 근로·사업소득은 전체 가계에서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했으며, 소득 1분위, 2분위의 경우 각각 17.2%, 6.9% 줄어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의 상당수가 영구적 실업자로 남을 가능성에 대한 지적도 크다. 이미 코로나가 본격화되면서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실업률은 4.2%로 작년과 재작년 상반기의 평균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같은기간 고용률은 59.9%로 지난 2년 평균 대비 0.51%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소득은 한국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코로나19와 노동의 세계’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3분기 전세계 노동 소득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조5000억달러(약 4090조원)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0.7% 줄어든 수치이며 작년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5%에 달한다.
추후 전망도 비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작년 말 기준 5.3%였던 회원국의 실업률은 올해 말까지 평균 9.4%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올해 말에 2차 확산이 발생한다면 실업률은 12.6%까지도 증가할 것으로 봤다. 또 이후의 회복세는 점진적일 것으로 전망하면서 2차 확산이 없을 경우 내년년 말까지 실업률은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최고치 수준과 같거나 상회하는 7.7%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2차 확산이 발발할 경우 8.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