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대규모 펀드사기 혐의로 옵티머스자산운용을 수사 중인 검찰이 옵티머스 측 로비 관련 문건에 청와대 인사 등이 포함돼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부정했다.
서울중앙지검은 9일 출입기자단에 대한 설명에서 "수사팀은 옵티머스 사모펀드 수사과정에서 언론에 보도된 '펀드하자치유' 제목의 문건을 포함한 다수의 자료를 확보했지만 청와대와 정계 인사들의 실명이 적혀 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청와대 등 친정부 인사들이 문건에 거론된 것을 확인하고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서도 "수사진행에 따라 범죄 혐의가 소명되는 로비스트의 수사경과 등을 대검에 계속 보고했다"고 일축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수사팀은 거액의 펀드 사기 범행이 가능했던 배경, 자금의 사용처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압수수색 등에서 확보한 문건 등에 언급된 관련 로비 등 제반 의혹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관련 펀드 사기 혐의를 받는 H법무법인 소속 윤모(왼쪽 두번째) 변호사와 송모(오른쪽 두번째) 펀드 운용이사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지난 7월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주민철)은 지난 6월 옵티머스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에서 옵티머스 측이 작성한 대책문건들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펀드하자치유'라는 제목의 문건도 그 중 하나다. 일부 언론은 이 문건에 청와대와 정·관계 인사 20여 명의 실명이 적혀 있다고 보도했다.
김재현(구속 기소) 옵티머스 대표가 작성했다는 또다른 문건에는 청와대 실장·비서관급 5명, 민주당 인사 7~8명을 포함해 정·관계, 기업인 등 20여 명이 등장했다는 보도도 있다.
이들 문건 중 '펀드하자치유' 문건에 실제 이름이 적혀 있고 본인도 인정한 정·관계 인사는 옵티머스 고문을 맡았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법무법인 서평 대표)이다. SBS는 이 문건을 근거로 지난 5월8일 채 전 총장이 모 지자체장을 만나 봉현물류단지 사업과 관련한 '패스트트랙 진행 확인'을 했다고 보도했다.
옵티머스 2대 주주인 이모씨가 경영하는 법인에서 추진하는 물류단지 사업이 있는데 사업이 성공하면 이 자금을 회수해 옵티머스의 부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채 전 총장이 관할 자치단체장을 만나 이에 대한 청탁을 넣었다는 것이다.
채 전 총장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채 전 총장 측은 "2020년 5월 모 지방단체장님의 초대로 몇몇 분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그 단체장님을 처음으로 만난 적은 있지만 코로나대처, 지역경제활성화 등 도정 전반에 대한 말씀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 과정에서 기업, 공장, 산업단지유치 등 도에 대한 투자유치에 매우 적극적인 의지표명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런 상황속에서 봉현물류단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나 인허가등과 관련한 그 어떤 말을 꺼낸 사실조차 없었으며, 그런 말을 초면의 지사에게 그것도 공식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참석한 식사 자리에서 한다는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채 전 총장 측은 "그 후, 사업을 추진하던 지인과 사적인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내가 만나 뵌 도지사께서 도에 대한 투자유치에 매우 적극적이시니 열심히 사업을 추진해 보라'고 덕담을 건낸 적은 있는데 그 말이 과장, 와전된 것이 아닌지 짐작될 뿐"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더욱이, 봉현물류단지사업과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어떤 관계인지도 전혀 알지 못한다"면서 "나아가 사업의 구체적 추진경과나 상황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채 전 총장 측은 또 "법무법인 서평은 옵티머스측과 2019년 5월부터 자문계약을 체결했다가 이 사건이 이슈화 된 직후인 2020년 6월 서평측의 요청으로 자문계약을 즉각 해지했다"면서 "그 사이의 자문내용은 비밀유지의무로 밝힐 수는 없지만, 금번 사건과는 전혀 무관함을 명백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문건에서의 '지자체장'을 자신이라고 직접 실명을 밝힌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이 지사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조선일보는 사기꾼에 놀아난 걸까? 검찰문건은 어떻게 유출되었나?>는 제목의 글을 올려 "초대형 펀드사기단이 사기를 위해 ‘물류단지 패스트트랙’이란 말을 창작하고 법률상 불가능한 '2020.9. 까지 인허가완료' 라는 거짓문서를 만들었는데, 이 뻔한 거짓말을 조선일보가 저의 실명을 언급하며 그대로 보도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사기범이 사기를 위해 일방적으로 쓴 내부문건인 데다, 법률상 전혀 불가능한 내용이며, 광주시 동의를 받으라는 경기도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관련업체가 인허가를 사실상 포기하다시피 한 상태여서 그 문건의 허구성이 분명해 다른 언론들은 실명보도를 자제하였는데, 조선일보만 유독 이 뻔한 거짓말을 그대로 보도했다"며 "조선일보는 사기꾼과 한패이거나 뻔한 사기에 놀아날 만큼 모자란 것일까요? 아니면 불순한 목적 때문일까요?"라고 했다.
또 "문건에 쓰인 '펀드 하자 치유 관련', '프로젝트 및 자금 회수 계획', 'SPC가 떠안고 있는 부실 및 투자기간 불일치 문제는 전부 해소' 등의 표현은 펀드사기범이 '돈 벌어 갚겠다'며 피해자를 무마하려는 얄팍하고 뻔한 거짓말임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옵티머스는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한다고 속여 투자자들로부터 NH투자증권을 통해 5151억원을 모은 뒤 서류를 위조해 실제로는 대부업체와 부실 기업 등에 투자해 큰 재산피해를 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