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대남 유화메시지를 발신한 것은 향후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11월 대선 이후 남·북·미 관계의 변화가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10일 새벽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 빨리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이 대상이며 북한 전역에 중계된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의 육성을 통해 대남 우호 메시지가 나온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당장은 어렵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 남북 관계회복에 나서겠다는 뜻을 북한 주민들에게 공언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이러한 메시지는 차기 미국 대권의 향방이 불투명한 것과도 관계가 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 중재에 힘입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끈끈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만약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승리할 경우 북·미 관계 재구축은 불가피하며 그 과정에서 재차 남측의 중재역할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자위적 전쟁 억제력'을 강조하며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한 것 역시 트럼프와 바이든, 그 누가 승리하더라도 자신과의 협상테이블에 나서야 한다는 공개 압박이자 일종의 대미 협상력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서 승리할 경우 조기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는다. 최근 중동 평화를 이끈 여세를 몰아 북한 문제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노벨 평화상'을 노릴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반면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대북제재와 압박을 강화해 북한의 변화를 이끄는 방식이다. 협상 형태도 트럼프식 정상 간 '톱다운'에서 실무진 간 '바텀 업' 협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선캠프의 외교정책 고문인 브라이언 매키언 전 국방부 수석부차관은 지난 8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은 오바마가 아니다"라며 보다 유연한 대북접근이 이뤄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무진의 협의를 전제로 바이든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가능성도 열어뒀지만 "바이든이 트럼프와 같은 접근을 할 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북한 조선중앙TV가 10일 오전 0시부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중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이동하는 모습을 11일 오전 녹화 중계방송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