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가장 큰 이슈는 단연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이었다. 북한이 새로 선보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다양한 신형 무기들은 방송과 신문, 인터넷 뉴스 등을 통해 반복적이며 자세하게 소개됐다.
북한 관련 뉴스들을 보면서 새삼 의문이 들었다. 왜 우리는 북한의 열병식에 위기감과 공포를 느껴야 하는가. 미국의 군사력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군사력은 전체 138개국 가운데 6위로 작년과 비교해 한 단계 올랐다. 반면 북한은 25위로 작년보다 7계단 추락했다.
물론 북한의 핵전력이 위협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보다 강력하진 않을 것이다. 북한 ICBM의 '세계 최대급' 크기에 놀라는 이들도 많지만 과연 미국의 미니트맨, 중국의 둥펑, 러시아의 토폴보다 고성능일지는 의문이다.
미·중·러의 압도적인 군사력은 우리에게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고 북한의 열병식이 위협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남북이 1950년 6월25일 이후 70년 간 전쟁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종전이 아닌 휴전'이기에 우리는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매년 한미연합훈련을 맹비난하고, 우리의 'F-35A 스텔스 전투기'와 탄두중량 2톤이 넘는 괴물미사일 '현무-4'를 경계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1953년 동족상잔의 상흔이 깊었던 남북은 서로 상대방의 법적지위를 인정하지 못했고 종전 대신 휴전을 택했다. 그 결과는 오늘날 '가장 오래 지속되는 전쟁'이자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로 돌아왔다. 여기서 다시 종전선언을 생각해본다. 신발 끈을 제대로 묶지 않고 달리는 것은 위험하고 비효율적인 행위다. 마찬가지로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는 종전선언과 남북 상호 국가승인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종전선언은 종전이 아닌 대한민국의 종말을 불러올 행위"라며 "국가안보를 저버리는 반헌법적 행태"라고 주장했다. 그럼 김 위원장에게 묻고 싶다. 우리와 우리 후손들은 전쟁의 굴레에 영원히 얽매여 있어야 하는가. 또 끝없는 전쟁에서 이익을 얻는 이들은 과연 누구인가.
이성휘 정치팀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