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한미 국방장관은 14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 회의에서 전시 작전통제권에 대해 "한미 공동의 노력을 통해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에 커다란 진전이 있었음에 주목했다"며 "보완 및 지속능력에 대한 공동연구를 통해 전환조건 충족 노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조건 충족을 위한 구체적인 평가 시기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미국 국방부에서 한미안보협의회를 개최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양측은 현재와 같은 굳건한 연합방위체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연례 한미안보협의회 및 한미군사위원회(MCM) 회의를 통해 전작권 전환 이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평가·점검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서욱 국방부 장관(왼쪽)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 청사에서 제52차 한미 안보협의회(SCM)를 개최하고 양국 간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전작권 전환은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평가를 마치고 이뤄진다. 한미는 올해 코로나19 확산에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했고, 이에 따라 완전운용능력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전작권 전환도 지연되고 있다. 이번 공동성명은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평가절차를 계속 진행한다는 의미를 담았지만 구체적인 실시 시기 등은 성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미 장관은 전작권 전환에 대해 모두발언에서도 다소 이견을 보였다. 서 장관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한미 간의 노력을 함께 평가하고 향후 추진 계획을 논의함으로써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조기에 구비해 한국군 주도의 연합방위체제를 빈틈없이 준비하는 데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에스퍼 장관은 "전작권을 한국 사령관에게 전환하기 위한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것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러나 그렇게 하는 과정은 우리의 동맹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희망하는 에스퍼 장관의 입장도 공동성명에 담겼다. 성명에는 "에스퍼 장관은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이 조속히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현재의 협정 공백이 동맹의 준비태세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 주목했다"고 돼 있다. 에스퍼 장관은 모두발언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공동방위 비용분담에 관해 더 공평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그래야 그게 미국 납세자들에게 불공평하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동동성명에는 지난해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 때는 들어가 있던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한다"는 표현이 빠졌다. 지난해에는 '에스퍼 장관은 현 안보 상황을 반영해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하고 전투준비태세를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돼 있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희망하는 에스퍼 장관의 발언이 있었던 만큼 대한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카드와 방위비 협상을 연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함께 공동성명은 "양측은 북한의 군사활동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폐기를 통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달성하기 위해 긴밀한 공조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양 장관이 성주기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포대의 안정적인 주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 뒤 열릴 예정이던 두 장관의 공동 기자회견이 회의 전에 갑자기 취소되기도 했다. 서 장관과 에스퍼 장관은 당초 한미안보협의회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에스퍼 장관이 미국 측 내부 사정을 이유로 회견 취소를 요청하며 양해를 구했다. 한국 측도 이에 동의해 모두발언이 대신 공개됐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