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경기도가 온라인 택시 플랫폼 독과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해법으로 택시협동조합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재정이 열악한 택시법인을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민선 7기 도지사 취임 후 줄곧 협동조합 육성을 강조했는데, 택시협동조합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18일 복수의 경기도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도일자리재단의 경기도사회적경제센터는 택시협동조합 설립과 운영에 관한 연구용역을 수행 중이며, 12월 초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용역은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는 택시협동조합 실태를 분석하고 조합 설립 타당성을 검증한 뒤 실제 조합을 운영하게 될 때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내용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전국의 택시협동조합은 도내 1곳을 포함해 총 19개가 설립·운영되고 있다.
9월1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 택시 승강장에 택시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기도가 택시협동조합 설립을 검토하는 것은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육성을 강조한 이 지사의 도정 철학 때문이다. 이 지사는 민선 7기 도지사로 당선 직후인 지난 2018년 7월 "자본주의의 위기를 보완하기 위해선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을 육성해야 한다"며 "구매·용역·입찰 등 각종 사업에서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에 우선권이나 가산점을 줄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다만 경기도는 이번 연구용역은 실제 조합 설립을 염두에 둔 게 아니라고 했다. 택시 등 도내 대중교통 정책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경기도 동향을 바라보는 택시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경기도가 카카오택시를 겨냥한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문제를 꺼낸 후 택시협동합 설립 연구용역이 진행돼서다. 특히 이 지사는 공공배달앱 개발을 추진하면서도 협동조합 이야기를 꺼내 일이 있다. 이 지사는 지난 4월 배달의민족 등의 독과점 개선을 위해 공공배달앱 제작을 추진키로 하면서 "공적자산과 민간기술, 경영 노하우가 합쳐지고 협동조합 형태로 합리적·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이 지사의 싱크탱크인 경기연구원도 올해 1월엔 '플랫폼 협동조합, 공정경제의 출발'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플랫폼 비즈니스모델에서 공정경제를 구현하려면 협동조합을 만들고 이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이러다 보니 업계에서는 경기도가 택시협동조합을 만드는 건 시간 문제라는 입장이다.
경기도가 검토하는 택시협동조합에 관해 업계는 기대와 우려를 모두 나타냈다. 한 관계자는 "협동조합이 택시 노동자들을 권익을 보호하고 저임금 장시간 노동구조를 개선하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조합원이 출자해 만드는 것이므로, 법인택시의 사납금 문제를 해결하는 이점도 기대된다. 반면 기존 택시협동조합들도 제대로 운영이 안 되고 재정난을 겪는 탓에 서비스 질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택시협동조합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지만, 조합을 어떻게 운영해 안정적 수익구조를 만들지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