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다수의 카드사가 코로나19 여파에 대비해 대손충당·준비금을 많이 쌓은 반면, 롯데·우리카드는 규모를 줄였다. 대출 부실화 위험 우려가 여전하지만, 연체율 하락 등 건전성 지표가 개선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와 우리카드가 상반기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 규모가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19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대손충당금은 3조736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3조6745억원) 대비 1.7% 증가했다. 대손충당금은 장부상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대출을 비용으로 충당함으로써 자본잠식을 막기 위한 계정이다.
다수의 카드사는 상반기 대손충당금을 지난해보다 더 많이 적립했다. 코로나 영향으로 대출 채권의 부실 위험이 높아진 만큼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신한카드의 대손충당금은 9458억원으로 전년보다 175억원 증가했다. KB국민카드와 삼성카드의 대손충당금도 각각 7983억원, 6387억원으로 집계돼 전년보다 354억원, 34억원 늘었다. 현대카드는 407억원 늘어난 4454억원, 하나카드는 1억원 증가한 2829억원이다.
이들 카드사의 대손준비금은 소폭 감소했다. 대손준비금은 IFRS(국제회계기준) 도입 이후 충당금이 적게 쌓일 것을 대비해 금융감독원이 별도 적립하도록 한 준비금으로, 통상 대손충당금이 높아지면 대손준비금은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 카드사별 대손준비금 규모와 증가액은 △신한 3131억원(167억원↓) △삼성 1401억원(56억↓) △현대 3220억원(76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KB국민카드와 하나카드는 대손준비금 규모도 커졌다. KB국민카드의 상반기 대손준비금은 283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31억원 상승했다. 하나카드는 대손충당금이 소폭 늘어난 만큼 대손준비금을 전년보다 237억원 증가한 971억원을 적립했다.
반면 롯데카드와 우리카드는 지난해보다 대손충당·준비금을 일제히 줄였다. 우선 롯데카드의 상반기 대손충당금은 전년보다 131억원 감소한 3476억원을 기록했다. 대손준비금도 지난해보다 282억원 하락한 1100억원으로 나타났다. 우리카드의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은 각각 2779억원, 157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대손충당금은 219억원, 대손준비금은 92억원 하락했다.
이처럼 롯데·우리카드의 대손충당·준비금이 감소한 데는 재난지원금 지급과 금융당국의 원리금 상환 유예 정책 등으로 연체율이 일시적으로 감소한 게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 측에선 선제적으로 대출 위험을 관리하면서 충당금이 감소했다는 입장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는 대출 영업을 확대하기보다는 선제적 리스크관리를 통해 대출 부실위험을 줄여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 수준을 개선시키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지속적인 건전성 관리 강화와 함께 유동성 증가 및 재난지원금 등 건전성 관리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며 대손충당금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에는 연체율이 일시에 상승할 수 있는 만큼 카드사의 대손충당금 관리에 대한 당국의 압박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가 장기화 양상을 보이는 데다 내년부터는 원리금 상환 유예 차주의 만기가 도래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 및 경기 둔화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등 손실 흡수 능력을 강화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