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사과를 받겠다며 집으로 찾아온 미성년 성폭행 피해자를 재차 성폭행한 10대 남성에게 징역 5년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군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대법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강간을 당한 후 다음날 혼자서 다시 피고인의 집을 찾아간 것이 일반적인 평균인의 경험칙이나 통념에 비춰 범죄 피해자로서는 취하지 않았을 특이하고 이례적인 행태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곧바로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또 "범죄를 경험한 후 피해자가 보이는 반응과 피해자가 선택하는 대응 방법은 천차만별"이라면서 "강간을 당한 피해자가 반드시 가해자나 가해현장을 무서워하며 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는 볼 수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가해자를 별로 무서워하지 않거나 피하지 않고 가해자를 먼저 찾아가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와 피고인의 나이 차이, 범행 이전의 우호적인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로서는 사귀는 사이인 것으로 알았던 피고인이 자신을 상대로 느닷없이 강간 범행을 한 것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고 그 해명을 듣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피해자가 강간을 당한 후 그 다음날 스스로 피고인의 집에 찾아갔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피해자의 행위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사정이 된다고 할 수 없고,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은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A군은 2018년 7월 인터넷으로 알게된 B양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여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장기 2년 6월, 단기 2년을 선고 받은 A군은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B양 말고도 C양을 성폭행하고 D양을 강제추행한 혐의가 추가됐다.
특히 C양에 대한 범죄는 B양을 성폭하기 6개월 전의 일이었다. C양은 A군과 서로 사귀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성폭행을 당했고, 사건 다음 날 이에 대한 사과를 받기 위해 A군 집을 찾아갔다가 다시 성폭행을 당했다. A군은 C양의 행동이 일반적인 성폭행 피해자의 행동으로 볼 수 없다면서 C양의 피해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 및 장애인복지시설에 10년간 취업제한을 명했다. 이에 A군이 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