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올해 선박 발주가 작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가운데 내년에는 발주가 살아날 것이란 의견이 제시됐다. 유럽연합(EU)이 선박에 대한 추가적인 환경규제를 예고하면서 노후선 교체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26일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펴낸 '해운·조선업 2020년도 3분기 동향 및 2021년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새해부터 노후선 교체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양종서 선임연구원은 "내년 전 세계 발주량이 올해보다 111% 증가한 3000만CGT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큰 폭의 발주 증가는 EU가 선박에 대한 강한 규제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EU는 오는 2022년 선박에 대한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탄소배출 허용치 등 구체적인 규제안은 회원국들과의 협상을 거쳐 법제화할 예정이다. 국제해사기구(IMO)도 2024년을 전후로 유사한 규제를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양 선임연구원은 "공기오염 규제로 노후선들에 대한 교체 압력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라며 "2021년부터 신조선 투자가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2022년 이후에는 노후선 교체가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실적 역시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새해 한국의 수주량은 127% 늘어난 1000만CGT, 수주액은 105% 증가한 225억달러로 예상된다. 그는 "세계 신조선 수주가 환경규제, 특히 온실가스배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수요라는 점에서 낮은 선가와 금융보다 효율성과 성능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선박 발주가 작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가운데 내년에는 발주가 살아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올해 발주량, 작년 절반으로 추락
한편 올 3분기까지 전 세계 신조선 발주량이 975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51.3% 급감했다. 발주액도 57% 하락한 231억달러를 기록했다. 발주량은 업계 최악의 불황이었던 2016년보다 7% 더 적다.
발주 시장은 연초부터 침체에 빠졌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신조선 투자심리가 위축된 데다 국제유가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국제해사기구(IMO) 황산화물(SOx) 규제에 따른 연료비 증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년 말만 하더라도 환경규제 대체 연료인 저유황유 가격이 톤당 700달러로 치솟으며 선사들의 비용부담을 키웠다. 하지만 올 들어 300달러로 급락했고 이에 따라 선사들은 노후선을 폐선하고 신조선을 발주하는 대신 저유황유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양종서 선임연구원은 "노후선 선주들의 관망세가 지속되고 잠재수요가 신규 발주로 실현되지 못한 것이 (발주량 감소의)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사진/삼성중공업
한국, 수주 56% '뚝'…남은 일감 1.5년치
이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 수주도 큰 폭으로 줄었다. 3분기 누적 수주량이 56.3% 하락한 262만CGT로 집계됐다. 3분기만 놓고 보면 142만CGT를 확보하며 상반기에 비해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이 LNG선 6척을 수주한 덕이다.
그러나 일감을 확보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선종별로 보면 올해 벌크선 수주실적은 전무했다. 컨테이너선은 96%나 줄었고 유조선, 제품운반선도 각 35%, 15% 하락하며 크게 부진한 양상을 보였다. 주력 선종인 LNG선 역시 79.3% 줄며 수주량 감소에 한몫했다. 국내 조선 3사가 카타르와 체결한 23조원 규모의 슬롯(건조공간) 예약은 아직 정식 발주로 이어지지 않은 상태다.
반면 수주잔량(남은일감)은 꾸준히 줄고 있다. 수주잔량은 이달 초 기준으로 1842만CGT로 연초보다 21.1% 감소했다. 3분기에만 6%가 빠져나갔다. 조선소는 최소 2년치 이상의 일감이 있어야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의 건조능력을 감안하면 1.5년치 일감에 불과하다.
단기적으로 일감부족 사태를 극복할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양 선임 연구원은 "2022년 인도물량이 2018년 저점 수준 이하로 감소될 우려가 있다"며 "이 현상은 장기적 추세가 아닌 코로나19 확산에 의한 단기적 위기로 조선사들은 이에 대한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