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들어 주식시장에 트렌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상반기 주식시장은 풍부한 유동성과 '동학개미운동'의 효과로 성장주도주들이 적정 주가를 뒤로한 채 고공행진했다. 5G, 2차전지, 언택트(비대면), 신재생에너지 등은 개인 투자자의 러브콜을 받으며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미국 대선이 세계 증시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면서 성장주 거품이 꺼지고 있다. 조금은 올드한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바람이 다시 불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바로 흔히 경기 민감주 또는 가치주로 불린다.
먼저 현대차는 경기 민감주인가, 성장주도주인가. 코로나 이후 내수시장 침체가 왔을 때 현대차의 반등을 점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국내외 자동차 판매 매출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장의 투자자들은 빠르게 현대차를 성장주도주로 인식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종말과 전기차 및 수소차로의 패러다임 변화, 전세계적인 친환경 물경 등이 맞물리면서다. 7월까지만 해도 10만원 선에서 놀던 현대차 주가는 19만원까지 약 두 배로 불었다. 인식의 변화가 가파른 시세를 견인한 것이다. 여기에 올라탄 개인투자자들은 큰 이익을 봤다.
그 이후론 국내 코로나 재확산, 추석 명절의 시세차익 실현, 미국 대선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등이 맞물리며 양대 지수가 빠르게 조정받았다. 전 섹터가 고르게 빠졌고, 그 중에서도 성장주도주들인 5G, 2차전지, 언텍트는 가격조정이 더욱 심화됐다.
하지만 성장주도주로 인식된 현대차는 의외로 16만원 하단, 19만원 상단의 박스권을 형성하면서 기간 조정의 흐름을 연출했다. 성장주로 인식되던 현대차가 다른 섹터에 비해 조정이 크지 않았던 이유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차는 경기민감주, 가치주의 장점까지 두루 지닌 종목이다.
현대차의 현재 주당 순자산가치(PBR)는 0.67배다.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되고 있어 주가에 프리미엄이 없는 상태다. 3분기 실적도 시장의 기대치를 큰 폭으로 상회하며 판매 부진 우려를 씻어냈다. 매출액 27조6000억원으로 작년보다 2.3%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적자를 기록했으나, 일회성 비용인 엔진 관련 충당금을 제외하면 1조82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81% 증가했다.
코로나 우려로 인한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내년에도 신차를 통한 점유율 상승,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에 따른 포트폴리오 개선 등이 기대된다.
사우디 아라비아로 수출되는 현대자동차의 ‘넥쏘’와 ‘일렉시티 FCEV’의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김민준 주식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