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일본 언론들이 대선 결과 불복을 시사하며 개표 중단 소송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일제히 비판했다. 미일동맹을 중시하는 일본에서 주요 언론들이 현직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한 건 이례적이다. 중국 언론도 혼란에 휩싸인 미 대선 상황을 집중 보도하는 가운데 '벼랑끝에 선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막 임무는 민주주의 파괴'란 조롱도 나오고 있다.
5일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과정을 강조하며 "이 정도의 무질서와 분열에 휩싸인 대선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선 당일 폭동 우려로 백악관 주위 방범용 펜스가 쳐진 사실 등을 언급하며 "이것이 민주국가의 모범이 돼 왔던 미국의 현실인지 놀라게 된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분단과 혼란을 증폭시킨 책임은 트럼프 대통령에 있다"며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트럼프) 대통령이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 사설. 사진/마이니치신문
요미우리신문도 같은 날 사설에서 "사실상의 신임 투표인 이번 선거에서 투표용지 위조 등 부정의 구체적인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선거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언동은 미국의 권위를 떨어뜨릴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대책과 경제재생 등 중요한 과제 앞에서 법정 투쟁으로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패자는 깨끗하게 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이번 대선을 통해 미 국민 간 분단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었다"며 "분열상이 앞으로 더 오래가고 한층 심화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닛케이는 전날 사설에서 "트럼프는 최종 결과 확정 전 백악관에서 '이미 이겼다'고 역설했다"며 "개표 중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민주당 표가 많다는 우편투표를 무시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미국 대선과 관련해 공식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지난 4일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가 당분간 패배 선언을 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상당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 일본 정부 차원에선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민당과 연립 정권을 이루고 있는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미국 사회의 분단을 선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언론도 미국 대선 관련, 현재 상황을 집중 보도하고 있다. 환구시보와 신랑망(시나닷컴)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 중단 소송을 낸 사실을 알리며 미국 대선이 혼란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중국 네티즌은 "트럼프의 마지막 임무는 미국의 민주주의 파괴하는 것"이라며 조롱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한단 평가를 받는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SNS를 통해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 이런 불안한 상황은 보통 가난한 나라 선거에서 나타나는 것인데, 미국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 가운데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불복 소송이 잇따라 기각됐다. 5일(현지시간) AP, 로이터통신 등은 트럼프 대통령 캠프가 미시간과 조지아에서 개표 과정 문제를 이유로 제기한 소송이 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