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소비할인권, 중복 수급 논란…문체부·카드사 서로 네탓

카드 많을수록 여러번 혜택 받아…정부정책 수혜 형평성 시비

입력 : 2020-11-08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소비를 활성화를 위해 기획한 '체육 소비할인권'이 중복 수급 논란에 휩싸였다. 카드사 간 통합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탓에 보유한 카드가 많은 사람일수록 여러 번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정부 예산은 제한적인데 혜택 대상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와 카드사는 책임 공방만 벌이고 있다.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발급하는 '체육 소비할인권'이 중복 수급이 가능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 종로청운스포렉스 헬스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강사가 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발급하는 '체육 소비할인권'이 중복 수급이 가능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종로청운스포렉스 헬스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강사가 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8일 문화체육관광부 및 카드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소비를 활성화를 위해 이달 2일부터 배포한 '체육 소비할인권'에 대한 중복 수급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체육 소비할인권은 실내 민간체육시설에서 8만원을 카드로 결제하면 3만원을 환급해주는 할인권이다. 소비자가 혜택을 받기 위해선, 7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롯데·현대·우리·하나) 중 한 곳의 신용카드로 누적 8만원 이상 결제하면 된다. 환급 대상은 선착순 40만명이다.
 
문제는 이번 할인권이 당초 취지와 달리 중복 수급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애초에 문화체육관광부는 다양한 소비자와 체육시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사람당 최대 3만원까지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카드사 간 통합시스템 구축이 어려워지면서 한 사람이 7개 카드사에서 각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허점이 생겼다. 산술적으로 모든 수혜자가 7번 할인권을 받으면 1인당 최대 21만원이 제공돼, 수혜자는 5만7000명가량으로 크게 줄어든다.
 
이 같은 운영 방식에 소비자와 소상공인 모두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 체육시설에서 7개 카드를 돌려 선결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 고루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소상공인들에게 혜택이 분배되지 못하면 소비 활성화 효과도 위축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문체부와 카드사는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문체부는 중복 수급을 하지 못하도록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카드사가 협조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카드사 간 개인정보 교환이 필요한데, 카드사가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긴급재난지원금 통합 신청 시스템 구축 당시에는 카드사들과 함께 비용을 분담했지만, 이번엔 동참하지 않아 정부가 감당하는 비용이 컸다고 설명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당초에는 별도의 시스템을 마련해서 중복을 거르려고 했지만 카드사 간 개인 정보 교환이 안 돼서 어렵게 됐다"며 "통합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비용과 시간 많이 소요되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반면 카드사들은 통합 시스템 마련과 비용 분담에 대한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는 국가적으로 위기가 큰 상황이어서 시스템 구축에 동참했지만, 이번 소비 할인권 지급은 특정 분야의 지원에 한정된 사업으로 성격이 상이하다는 관점에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 극복 차원에서 진행했지만 소비할인권은 체육 업종에서 소비 진작을 위한 프로모션으로써 성격이 강하다"며 "통합 시스템 마련에 대한 책임을 마냥 카드사 탓으로 돌리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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