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게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려면 자회사인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조건부 승인' 의견을 전달했다. 요기요와 배달의민족이 한 회사에 몸담게 되면 시장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점을 의식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딜리버리히어로는 이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서울의 한 요기요플러스 매장 앞에 배달 오토바이가 주차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1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를 정리하라는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 심사보고서는 공정위 심사관이 위원회 결정에 앞서 사안에 대한 의견을 담아 기업 측에 전달하는 보고서를 뜻한다.
공정위 심사보고서가 이런 내용을 담게 된 이유는 딜리버리히어로의 '독점'을 우려해서다.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합병이 이대로 승인되면 국내 배달앱의 90% 이상을 딜리버리히어로가 차지하게 된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8월을 기준으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 사용자는 약 1267만명이다. 이는 국내 배달 대행 서비스 사용자의 약 94%를 차지한다.
최근 배달통의 점유율이 줄어들고 쿠팡이츠·위메프오 등 경쟁사들이 세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배달의민족와 요기요만으로도 충분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독점적 사업자 등장으로 시장경쟁이 저해되고 수수료가 인상되는 등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딜리버리히어로 측은 공정위의 의견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딜리버리히어로 관계자는 "이 제안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며 "기업결합의 시너지를 통해 한국 사용자들의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려는 딜리버리히어로의 기반이 취약해질 수 있어 음식점 사장님·라이더·소비자를 포함한 지역 사회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딜리버리히어로 관계자는 이어 "추후 열릴 공정위 전체회의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공정위 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공정위가 배달의민족와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에 '조건부 승인'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소상공인들은 이에 크게 항의하고 나섰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이하 한상총련)은 "두 기업의 결합은 단순한 배달 시장의 문제가 아닌 향후 유통 시장 전체에 엄청난 파급력을 끼치는 중차대한 사항이다"며 "전국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공정위가 더욱 엄중한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는 논평을 발표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설명한다. 심사보고서는 심사관의 의견일 뿐, 최종 결정은 위원회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결합 건의 심사 내용과 시정조치 방안 등 공정위의 입장이나 심사일정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연내 전체회의를 열고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을 심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