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배한님 기자] 구글이 인앱 결제 시스템 도입을 강제해 수수료 30%를 부과하려던 정책을 전격 연기했다. 신규 앱을 대상으로 내년 1월부터 적용하려던 정책을 내년 9월 말까지 유예했다. 스타트업계는 구글이 정책을 철회할 수 있도록 국회가 나서서 '구글 갑질 방지법'을 통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3일 구글은 입장문을 발표해 "최근 발표한 구글플레이 결제 정책 명확화에 따라 영향을 받는 소수의 신규 콘텐츠 앱의 경우에도 유예기간을 내년 9월 30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며 "한국 개발자가 관련 정책을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크리에이트(K-reate) 프로그램' 관련 프로모션도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신규 앱과 기존 앱에 각각 내년 1월과 내년 10월부터 적용 예정이던 구글 인앱 수수료 정책을 모두 내년 10월로 연기한 것이다.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가 지난 9일 열린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공청회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정보기술(IT)·스타트업계는 구글의 이번 연기 결정이 애플 정책 변경에 따른 연쇄 효과로 보며, 인앱 강제·수수료 인상 정책을 아예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구글의 정책 연기는) 애플이 인앱 결제 수수료를 15%로 인하한 데 따라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이 부당하기 때문에 정책 연기가 아니라 철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애플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내년부터 앱스토어 수익이 100만달러(약 11억원) 이하인 중소 개발사의 앱스토어 유료앱 인앱 결제 수수료를 30%에서 15%로 인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업계는 구글, 애플 등의 인앱 결제 시스템 강제 정책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국회에서 이를 방지할 법안 통과를 신속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에는 앱장터(마켓) 사업자 독점에 의한 강제적 정책 변화를 방지할 전기통신사업법(전통법) 개정안 다수가 계류 중이다. 여야 모두 인앱 결제 강제 정책에 우려하고 있지만, 입법 속도에 의견차를 보이며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한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어려운 결정을 했지만 시간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라며 "생태계 상생 방안을 빠르게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통법 개정안을 논의해야 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은 구글 정책 연기에 환영의 뜻을 표하며 논의를 이어가겠다 밝혔다. 국회 과방위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구글의 시장 영향력을 고려하면 중소 앱 개발자의 성장을 통한 건강한 모바일 앱 생태계 조성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며 "과방위 위원들과 함께 국내 앱 개발사와 앱 이용 고객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구글 정책이 단순 유예하는 데서 그치지 않아야 한다"며 "수수료 인하 등 어떠한 형태라도 애플 인하 발표 내용보다 더욱 전향적으로 결정하도록 해 개발자와 소비자 이익이 충돌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욱 과방위 위원장(사진 오른쪽)과 박성중 국민의힘 간사가 지난 12일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김동현·배한님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