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말로만 그치는 '야권 혁신'

입력 : 2020-11-25 오전 6:00:00
국민의힘이 올해 마지막 정기국회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과의 입법 경쟁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불가피한 면도 있지만 총선 패배 이후 야권의 전향적인 변화 모습으로 상징되는 일부 법안들이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로 꼽힌다. '야권 혁신'이 말로만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이후 기본소득 등 진보적 의제를 쏟아내며 중도 확장 정책을 추진한 것은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동안 보수정당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의제들이었기 때문이다. 의제를 제시한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당 정강정책에 문구를 표기했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기본소득과 사회적 약자와의 동행, 경제민주화 구현 등의 문구가 대표적인 예다. 호남 민심을 달래고자 5·18 민주화 운동 등 현대사의 민주화 운동 정신을 새기기도 했다.
 
하지만 당 내부의 정강정책이지, 실제 제도화된 것은 없다. 김 위원장이 앞장서서 '공정경제 3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5·18 특별법'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며 입법화에 나서려고 했지만 당내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주춤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추진 중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법 판결에 대한 사과 역시 당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김 위원장이 총선 패배 이후 당을 변화시키기 위해 추진해왔던 '야권 혁신'의 결과물이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가덕도 신공항 문제를 놓고 당내 분열 조짐이 일고 있다. 당 지도부가 뚜렷한 전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 소속 부산 지역 의원들은 특별법을 발의하기까지 했다. 여당에서도 특별법을 발의할 경우 가덕신공항 추진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결국 국토 균형 정책에 대한 당의 전략 부재로 지도부 스스로 현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여당에서도 '당론이 없는 당'이라고 비판한다. '정책 현안에 대한 당론도 내놓지 못하는 지도부가 왜 있어야 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모든 현안에 당론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오래 논의된 의제나 현안에 대해서는 최소한 내부 의견 정리는 필요하다. 더군다나 야당의 상대는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한 집권여당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당의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박주용 정경부 기자(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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