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올해 1년 연기로 방향을 틀었던 도쿄 올림픽이 이제는 일본 내에서조차 내년 개최 무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여름 한차례 헛물을 켜면서도 8K·5세대(5G) 이동통신 홍보의 장이 될 것이라 기대했던 전자업체에도 씁쓸한 소식이다.
24일 일본 아사히신문 계열 주간지인 아에라에 따르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이미 일본 정부와 올림픽조직위원회에 내년 7월 열릴 예정인 도쿄올림픽 개최가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현재 일본이 이 사실을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의 단계에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 8개월 넘게 시간이 남아있지만, 여전히 일본 정부가 겉으로 개최 강행을 시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국 내에서조차 비관론이 나오고 있는 점은 이전과 달리 눈에 띄는 부분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재확산이 본격화하면서 대회가 과연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부호를 떼지 못하고 있다.
당장 올림픽 개최가 무산된다고 해도 전자업체 판매량에 미치는 영향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각종 스포츠 이벤트 무산에도 되려 선전하고 있는 최근 업계 흐름이 그 증거가 된다.
지난 9월9일 일본 도쿄에서 2020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 대형 조형물을 뒤로 한 남성이 철로 위를 걷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12억600만대로 지난해보다 약 11%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초 15.6%보다 다소 상향한 수치로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생각보다 적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TV 판매량의 경우 집콕족에 따른 비대면 수요가 늘며 6287만대(수량 기준)로 전년 동기 대비 14.7%나 오히려 늘었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는 수량 기준 각각 1위와 2위에 올랐다.
그간 올림픽 개최마다 TV 판매량이 예년보다 다소 늘기는 했으나 큰 특수라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올림픽이 전자업체에 가져다줬던 가치는 단순히 약간의 전자제품 판매량 증가에 그치지 않았다. 매번 새로운 영역의 시험대 노릇을 하면서 업체들은 자연스레 자신들의 신제품을 홍보하고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도쿄 올림픽만 해도 사상 최초로 전 경기를 8K 화질로 중계하고 5세대(5G) 이동통신의 장이 될 것이라 예상되며 올여름 개최 이전 업체들의 뜨거운 각축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개최가 물거품되면 내년 이러한 기대 요인이 사라지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올림픽 무산으로 인해 전자업체 판매량이 크게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TV를 놓고 봤을 때 그간 있었던 올림픽에서도 판매량이 다소 늘기는 했으나 아주 폭발했던 전례는 없었다"면서도 "다만 그간 준비했던 마케팅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없고 전 경기 생중계를 통해 본격적으로 8K 시장 확대를 꾀하려 했던 시도 등 신제품을 소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요인은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