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 "판사가 바보냐…대법, 뒷조사 문건 진상 밝혀라"

추미애 법무장관, 검찰 ‘재판부 사찰’ 주장…제주지법 부장 내부망에 “책임자 고발” 요구

입력 : 2020-11-25 오후 6:20:41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검찰의 ‘판사 불법 사찰’을 주장한데 대해 현직 판사가 대법원에 책임자 고발을 촉구했다.
 
장창국 제주지법 부장판사는 25일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쓴 '판사는 바보입니까’라는 글에서 “검찰총장의 해명은 어이가 없다"며 "재판부를 뒷조사한 자료를 찢어버리고 작성자를 문책한 것이 아니라 공소유지, 즉 유죄 판결을 받기 위한 참고 자료로 쓰라고 넘겼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장 부장판사는 "검찰총장의 지시로 그 문건을 만든 것이 아닌가 의심도 든다"면서 "검찰총장이 국민이 아니라 검찰 조직을 위해 존재하고 조직에 충성할 때 이런 행동을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나 공소 유지에 자신이 없었으면 증거로 유죄 판결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판사의 무의식과 생활습관인 성향을 이용해 유죄 판결을 받으려고 했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고 꼬집었다.
 
또한 "검사가 증거로 재판할 생각을 해야지, 재판부 성향을 이용해 유죄 판결을 만들어 내겠다니. 그것은 '재판부를 조종하겠다', '재판부 머리 위에 있겠다'는 말과 같다"고 일갈했다.
 
그는 검찰이 언론을 통해 ‘판사에게 문제가 있다’는 무의식을 국민에게 심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면서 "대법원 행정처에 부탁한다. 판사 뒷조사 문건이 무슨 내용이고, 어떻게 작성됐는지 확인해달라"며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필요하면 고발도 해달라. 검찰을 못 믿겠다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좋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자기가 유리한 재판을 받으려고 하는 이런 시도는 어떤 경우에도 예외 없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선언해 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추 장관은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요청과 직무 배제 방침을 밝혔다. 그는 윤 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를 불법 사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성상욱 고양지청 형사2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서 판사 문건 작성이 직무 범위 내에 있었고 불법 사찰도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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