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검찰연구관들, 첫 평검사 집단성명

"법치주의 심각하게 훼손…징계·직무정지 재고해 달라"

입력 : 2020-11-25 오후 5:56:51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 명령에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검찰청 소속 평검사급에서 처음으로 집단 성명을 냈다. 전국 평검사회의 조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대검 소속 사법연수원 34기 이하 검찰연구관들은 25일 "검찰의 모든 수사를 지휘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며 법률에 의해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에 대해 수긍하기 어려운 절차와 과정을 통해 전격적으로 그 직을 수행할 수 없게 하는 법무부 장관의 처분은 검찰 업무의 독립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위법하고 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이 헌법과 양심에 따라 맡은 바 직무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법무부 장관께서 지금이라도 징계 청구와 직무 집행 정지 처분을 재고해 주시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일선 지방검찰청 평검사들도 집단 움직임의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정희도(사법연수원 31기) 청주지검 형사1부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부당한 지시는 거부하자"고 밝혔다.
 
정 부장검사는 "상급자의 지시라 하더라도 그 지시가 부당한지 아닌지 깊이 있게 고민하고 논의한 후 행동해야 할 것"이라며 "심각하게 고민하고 논의한 후 상사의 지시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상사를 최대한 설득하고, 만약 설득되지 않는다면 거부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미애 장관의 조처는 정권에 협력하는 이른바 '정치 검사'가 제공한 의혹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징계 사유로 거론한 몇 개의 의혹을 보니 그 출처가 누구인지 명확히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장관 혼자서 이런 놀라운 일을 하실 수 있었겠나. 결국 정권에 기생하는 정치 검사(시즌2), 그리고 협력자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목(38기)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검사는 지난 24일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 집행의 정지를 명한 것은 '소위 집권 세력이 비난하는 수사를 하면 언제든지 해당 세력 정치인 출신 장관이 민주적 통제, 검찰 개혁이란 이름으로 검찰총장을 직무 정지시킬(내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는 일"이라는 글을 남겼다.
 
아울러 "법무부 장관의 권한 행사가 이전 집권 세력이 보여줬던 모습과 다른 것인가"라며 "훗날 다른 세력이 집권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이 오늘의 '선례'와 같은 일을 하면 오늘의 법무부 장관은 그에 대해 '수사는 민주적 통제를 받는 영역이므로 이는 적법·타당하다'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환우(39기) 제주지검 형사1부 검사도 같은 날 "우리는 그리고 국민은 검찰 개혁의 이름을 참칭해 추 장관이 행한 오늘의 폭거를 분명히 기억하고, 역사 앞에 고발할 것"이란 글을 게시했다.
 
앞서 이 검사는 지난달 28일 이프로스 게시판에 "내년부터 시행될 수사권 조정, 앞으로 설치될 공수처 등 많은 시스템 변화에도 불구하고 검찰 개혁은 그 근본부터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싶다"며 추 장관을 비판했다."
 
추 장관은 다음 날 자신의 SNS에 '동료 검사 약점 노출 막으려 피의자 20일간 구금에 면회까지 막은 검사'란 기사의 링크를 공유하면서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입니다"란 글을 남겼다.
 
전국 일선청 평검사회의가 현실화 되면 부부장검사인 사법연수원 34기 아래 기수인 35기~36가 수석급 평검사로서 회의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수원 36기인 서울의 한 변호사는 "검찰총장에 징계가 청구된 상황에서도 일선에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법무부의 조처에 순응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현재 검사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를 집단행동으로 옮긴다면 지금이 바로 적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대로 내부의 일부 분위기와는 다르게 실제로 평검사회의가 열리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도 나왔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평검사회의는 검찰의 고위직부터 대동단결해 소위 '관제 데모'의 성격으로 열린다"며 "각 청 수석급의 뜻이 맞아야 하는데, 불만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검사들은 정해져 있어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의를 하려면 공간이 필요한데,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과연 이성윤 지검장이 자리를 빌려주겠나"라고 지적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 배제 명령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출근하지 않은 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의 모습.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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