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폭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585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말 대비 39조5000억원이 늘었다. 2금융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저축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사상 최대인 29조5913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8000억원 상승했다. 카드사 등 여신전문회사 가계대출도 비슷한 양상이다. 여신전문회사 가계대출 잔액은 전분기 대비 1조7000억원 상승한 67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시중은행이 신용대출 취급을 줄이자 2금융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앞서 지난 9월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대출 취급을 조절을 요청했다. 은행들은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고,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등 대출 조이기에 돌입했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워지자 상당수 차주가 2금융으로 옮겨가는 형국이다.
다만 당국은 2금융엔 대출 취급에 관한 시그널을 보내지 않은 상황이다. 서민들의 접근성이 높은 2금융 특성을 고려해서다. 그동안 당국은 업권별로 대출 잔액 증가율을 5~7% 수준으로 관리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대출 수요가 커진 만큼 2금융에 대출 총량 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선 단기간에 대출 잔액이 급증하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당장 연체율이 악화하지 않아도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금융당국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적용한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를 내년 3월까지 연장했다. 또 개인 채무자의 대출금 상환 유예 조치 시기도 내년 6월까지 한 번 더 늘렸다. 이런 유예 조치가 일시에 끝나 부실 대출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 일일 확진자가 600명 이상 지속해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3차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격상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차주들은 상환이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당국은 2금융에도 선제적으로 대출 관리 지침을 세워 부실을 막아야 한다. 대신 공적 대출 취급을 확대해 자금이 필요한 곳에 선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