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위한 실험이 전세계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페이스북·중국·코로나19 등 3가지 요인이 이를 가속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한 코로나19를 계기로 자리 잡은 비대면 흐름 속 기존의 현금결제가 디지털화폐로 상당부분 대체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홍규 언체인 대표는 1일 온라인으로 열린 '업비트개발자콘퍼런스(UDC) 2020'에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CBDC 도입이 얼마나 걸릴까'라는 물음에 3~5년 내 이뤄질 것이라는 답변은 거의 없었다"며 "그러나 페이스북의 리브라 발행, 중국의 실험, 코로나19 등 3가지 요인으로 기간이 앞당겨지고 빠르게 도입될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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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규 언체인 대표가 1일 온라인으로 열린 '업비트개발자콘퍼런스(UDC) 2020'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두나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화폐를 의미하는 CBDC에 대해 최근 각국 중앙은행이 연구·실험을 이어가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민간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디지털화폐를 중앙은행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도입 속도가 빠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홍규 대표는 페이스북의 리브라 발행이 CBDC 도입을 가속화했다고 분석했다. 페이스북이 스테이블 코인(가치안정화 코인)인 리브라를 발행해 22억 페이스북 이용자의 지급결제 수단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중앙·시중은행의 위기감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중국이 '달러 패권'에 도전장을 던지며 CBDC 위안화 발행 의지를 보인 점이 금융 선진국의 CBDC 연구를 앞당겼다는 분석도 내놨다. 중국은 올 4월 4개 도시에서 소액결제용(리테일·실제 개인이 사용하는 현금 대체) CBDC 비공개 실험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10월에는 심천에서 공개 테스트를 했다. 이 대표는 "달러보다 앞서 위안화의 디지털화를 통해 국제화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CBDC 위안화를 빠르게 추진 중"이라며 "중국의 실험을 보며 금융선진국도 그 여파를 우려해 시범사업 등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홍규 언체인 대표가 1일 온라인으로 열린 '업비트개발자콘퍼런스(UDC) 2020'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두나무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은 장기적으로 디지털화폐의 보급을 가속할 전망이다. 이번 코로나19로 현금 지급결제 비중이 40%대에서 20% 수준까지 내려앉은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디지털화폐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홍규 대표는 "현실적으로 현금을 완전 대체하기는 쉽지 않지만 현금과 디지털화폐를 병행하는 시점은 빨라질 것"이라며 "두가지를 병행하다가 점점 많은 비중이 CBDC로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인의 블록체인 개발사인 언체인은 CBDC 도래에 앞서 관련 솔루션을 개발하며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미 R3 '코다', JP모건 '쿼럼', IBM '패브릭' 등 여러 글로벌 기업이 등장한 상황이지만, 언체인은 라인페이·라인뱅크 등 금융 노하우와 솔루션 패키지로 경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홍규 대표는 "기술과 운영의 강점을 모두 가진 업체는 전세계적으로 없다"며 "이런 경험을 강점으로 리테일 CBDC 시장에 플랫폼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