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벼도 너무 붐비는 미국 항구…HMM "제때 도착 어려울 정도"

글로벌 14대 선사중 '꼴등'…"정시성 제고 위해 최선"

입력 : 2020-12-03 오후 1:20:39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미국 항만에 컨테이너선이 몰리면서 배들이 인근 해상에서 최대 6일간 대기하는 체선현상을 빚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적선사인 HMM(011200)의 '운항 서비스 품질(정시성)'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주 서안 항만의 혼잡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선박들이 미주서안 항만으로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로스앤젤레스(LA/LB)항 및 캐나다 밴쿠버항을 기항하는 선박이 대폭 늘어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선석공간이 매우 부족하다. 이에 따라 일부 선박은 인근해상에서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HMM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기준 LA롱비치항에 접안을 위해 대기중인 선박이 무려 29척에 달한다. 배와 화물이 밀리는 체선·체화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평균 5~6일은 대기해야 입항이 가능하다. 
 
HMM 인테그랄호가 지난달 30일 저녁 출항을 앞두고 부산신항에서 미주 지역으로 향하는 국내 수출기업의 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사진/HMM
 
HMM은 "3분기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방역과 재택 필요물품 수요 증가로 미주와 유럽 항로의 물동량이 급증한 탓"이라며 "특히 HMM의 경우, 미주 항로의 선복 부족 해소를 위해 임시선박을 추가 투입함에 따라 하역할 항만을 구하기가 어려워져 이 같은 체선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선현상이 심화되면서 불가피하게 정시성이 떨어졌다. 정시성은 컨테이너 선박이 정해진 입출항 스케줄(허용된 오차 범위 안에서)을 얼마나 정확히 지키는지를 일컫는 말이다. 정시성이 높을수록 컨테이너 운항 서비스 품질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14개 선사의 10월 평균 정시성은 52.4%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6.7% 감소했다. 아시아-북미서안 정시성은 43.4% 하락한 32.1%로 감소폭이 더 크다.
 
HMM도 정시성 확보에 난항이다. HMM은 작년 6월만 하더라도 선박 운항 정시성 부문에서 글로벌 선사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 10월에는 14개 선사 중 정시성이 최하위인 37.4%를 받았다. 다른 선사에 비해 미주 노선 비중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타사의 경우 미주노선 서비스 비중이 10~18%인 반면 HMM은 35%다. 투입 선대가 많아 정시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HMM은 3분기부터 국내 수출입업체 지원을 위해 총 12척의 임시선박을 부산-미주 노선에 투입하고 있다. 임시선박은 사전에 예약된 선박이 아니기 때문에 기항지 및 기항일시 조정에서 후선위로 밀린다. 선박이 몰린 상황에서 접안마저 후순위로 밀려 정시성이 더 떨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HMM은 내년 1분기까지 임시선박 5척을 추가로 투입한다. 미주 서안 항만 혼잡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 보니 HMM은 정시성 개선을 위해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와 협의해 운영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정시성 제고를 위해 가능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컨테이너 박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으로 간 컨테이너가 아시아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며 "코로나로 인한 인력부족, 터미널 혼잡 등으로 미국 항만내에 컨테이너가 지속적으로 쌓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컨테이너 박스는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된다. 한국에는 생산 공장이 없다. 화물을 실을 박스가 부족하지만 주문이 밀린 탓에 발주한다고 바로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업계에선 당장 발주한다고 해도 내년 하반기에나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추가로 박스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일단 가진 박스로 버텨볼 계획"이라며 "내년 봄에는 체선현상이 개선돼 박스가 넘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최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