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도입과 관련된 정부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코로나19 대유행 진입단계에 그 어느 때보다 백신 필요성이 높아진 만큼 정부 발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개발사 또는 해외 국가에서 잇달아 변수들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향후 국내 물량 확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7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8일 코로나19 백신 국내 확보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해외 제약사들과 협상을 이어온 국내 도입 계약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될 예정이다.
국내는 다른 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선구매 물량 확보에 더딘 행보를 보여왔다. 이미 화이자 백신을 세계 최초로 승인한 영국을 비롯해 미국 등 10개 이상의 국가들이 적어도 3종에 해당하는 구매계약을 체결한 반면, 사실상 확보한 물량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속도보다는 안정성에 무게를 둔다는 방침이었지만, 최근 하루 확진자가 9개월 만에 600명을 돌파하는 등 대유행 진입 단계에 들어서며 더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임상 3상 단계에 이른 6종의 백신(중국산 제외) 중 최종 결과가 발표된 화이자와 모더나, 중간결과를 발표한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백신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국내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와의 위탁생산 계약에 국내 생산이 가능하다는 강점에 1순위 품목으로 유력한 상태다. 추가 확보 품목과 물량에 대해선 정부 발표를 통해 구체화될 예정이다.
다만 최근 해외에서 발생한 백신 관련 사안들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가 유일하게 계약을 확정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최근 임상시험 결과 공개 이후 투약 강도에 따라 효능이 62%에서 90%까지 차이가 났다고 밝히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투여량이 더 적은 환자군에서 효능이 더 높게 나타난 점에 대해 회사 측이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면서 신뢰도가 저하된 상태다. 국내 도입시 최우선 투약계층으로 유력한 고령층이 임상 환자군에 포함되지 않은 점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 3상에 참여한 인원들은 모두 55세 이하다.
국내 도입 후보군으로 꼽히는 품목들이 대부분 2회 접종이 필요한 만큼 내년 코로나19 백신 예산으로 편성된 9000억원으로 충당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부호도 뒤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나성웅 중앙방역대책본부 제1부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현재 관계부처가 협의 중에 있으며, 종합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선구매에 나섰던 미국이 당초 목표치에 10%에 불과한 물량을 확보할 것이란 전망도 원활한 국내 백신 수급 전망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당초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연내 수억회분 분량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실제 확보 물량은 4000만도즈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비해 국내 확보 물량 목표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긴 하지만, 협상 돌입이 늦었던데다 영향력 측면에서도 우위인 미국 조차 성공하지 못한 목표 물량 확보가 가능하겠냐는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물량도 물량이지만 전례가 없는 상황 속 접종 계획 등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관계자가 지난 4일 의료진 교육을 위해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시뮬레이션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