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삼중고 속 공포정치 심화…밀수꾼 공개처형

"방역수칙 위반 혐의는 핑계…경제난으로 주민 불만 고조된 탓" 관측도

입력 : 2020-12-08 오후 2:26:29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북한에서 지난달 중국 측과 접촉한 밀수꾼을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혐의로 공개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중고 속 방역수준을 '초특급' 비상조치로 강화하고 경계심을 높이는 상황에서 공포정치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경제난으로 고조된 주민 불만을 누르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도 나온다.
 
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보면 북한은 "초긴장, 초강도의 비상방역대전이 힘있게 벌어지는 지금 우리에게 있어서 악성비루스에 못지 않게 무서운 적은 안일과 해이, 완만성"이라며 자각과 책임을 강조하는 등 연일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8일 중국과 밀수를 시도하던 50대 남성이 공개적으로 총살당한 일이 있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최근 보도했다. 방송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 "이번 공개총살은 지난달 20일경 발효된 초특급비상방역조치 직전 코로나 방역 규칙을 위반한 혐의로 진행됐다"면서 "원래 신의주에서 공개처형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웬일인지 갑자기 룡천군으로 처형장소가 바뀌었다. 이 남자가 중국 동강(뚱강)과 마주한 룡천군 주민인 데다 신의주에서 총살하면 소식이 국경을 넘어 중국에까지 알려질 것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앞서 북한에서는 지난 8월에도 신의주 세관에서 외부 물자 반입 금지령을 어긴 핵심 간부를 처형한 데 이어 10월에도 평양 거물 환전상을 처형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비합리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바 있다. 이 환전상 공개총살의 표면적인 이유는 방역 규칙 위반으로 발표됐지만 국정원은 그 배경이 환율 급락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조치는 코로나 방역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공포정치를 심화해 경제제재와 수해 등 삼중고 속 주민 불만을 억누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방송에 따르면 북한 중앙 당국이 지난달 말 전국 기관 기업소에 '코로나방역에 관한 경종을 울리라'는 내부지시를 하달한 이래 도내 보위부, 안전부를 비롯한 각 공장 기업소, 인민반을 중심으로 '감시조'가 조직됐다. 북한 주민들이 현재 느끼는 공포감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때보다도 심각하다고 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5일 바레인에서 열린 마나과 대화에서 "북한은 한국 정부의 코로나 대응 지원 제안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가 북한을 더욱 북한답게 만들었다"면서 "그들은 여전히 어떠한 확진 사례도 없다고 말하지만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1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한 모습. 사진/뉴시스(조선중앙TV 11월30일 보도)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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