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 북한이탈주민 A씨는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검사(MRI)를 받으라는 말을 듣고 영어 발음을 알아듣지 못해 "뭐야, 에미나이로 욕을 한다"고 호소했다.
이런 사례는 남북한 간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질병을 일컫는 언어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북한에서는 부인과 염증으로 나타나는 분비물을 '이슬'로 표현하는 반면, 한국은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의 양수 파열로 분비물이 나타나는 경우에만 이슬로 표현한다. 또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받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을 북에서는 '심장신경증'이라고 부른다.
이에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와 국립암센터는 '북한이탈주민을 통해 본 남북한 질병언어 소통 사례집'을 발간한다고 9일 통일부가 밝혔다.
탈북민이 한국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남북간 언어 차이인데, 특히 의료기관에서 이러한 문제가 많이 나타난다고 통일부가 9일 전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뉴시스
통일부에 따르면 하나원과 국립암센터가 지난 5월 '북한이탈주민 의료지원 협약'을 체결하고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동안 탈북민이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겪는 어려움을 조사한 결과, 언어 차이로 인해 탈북민은 물론 한국 의료진들도 환자의 이야기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치료 과정에서 애로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의료현장에서의 경험담을 수집·정리, 특히 북한에서 의료계에 종사했던 탈북민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진행해 북한에서 사용하는 의료 용어와 의료 환경을 조사해 한국 의료진이 탈북민이 사용하는 질병언어의 배경과 맥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국립암센터는 "이번 남북한 질병언어 연구 이후로 더욱 많은 연구가 진전돼 남북 보건의료협력의 소중한 밀알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주태 하나원 원장은 "이번 사례집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민들의 의료기관 이용과 건강관리를 도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