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지난 10월 구글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와 국회가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등 갑질을 막기 위해 추진 중인 관련법 개정안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법안 처리 시 통상교류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경고성 문장도 덧붙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구글 본사. 사진/AP·뉴시스
14일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실에 따르면 주미한국대사관은 지난달 3일 외교부를 통해 산업통산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 부처에 '구글 등의 앱스토어 운영정책 관련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부 유선통화 결과'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USTR은 미국과의 양자·다자간 무역 협상에서 미국 측 무역 정책과 입장을 조율하는 기관이다.
해당 문서에는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일명 '구글 갑질방지법'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우려가 담겨있다. 미국 정부는 주미한국대사관과의 통화에서 "현재 한국에서 논의 중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특정 기업을 표적으로 하고 있어 우려되며, 통상 문제에서 (한국) 국익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문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외교상 기밀로 분류돼 공개되지 않았다.
'구글 갑질방지법' 입법 논의는 구글이 지난 9월 말 자사의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인 구글플레이에 기존 게임 앱에만 적용하던 인앱결제 강제 및 30% 수수료를 모든 콘텐츠 및 앱에 적용하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국내 콘텐츠 사업자에게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를 부과했다는 이유에서다.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가 지난 11월 9일 열린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공청회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국회 과방위는 지난 10월 국정감사 당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여야 간의 합의를 마쳤다. 그러나 야당이 돌연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등을 이유로 신중론을 내세워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그 사이 경쟁 업체인 애플이 중소 개발사에는 앱스토어 수수료를 30%에서 15%로 낮춰준다고 발표하면서 구글은 관련 정책 적용을 오는 2021년 1월에서 9월로 연기했다. 하지만 업계는 "정책 연기가 아니라 철회가 필요하다"며 구글을 더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지금까지 여러차례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MS)·페이스북 등 자국 기업을 압박하려는 한국의 규제법 입법에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전 의원실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한국의 입법 과정에서 우려를 표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며 "현재 공식적으로 이에 대한 입장을 취한다기보다 법 개정 논의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재 조사 중인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 위법성 여부에 대한 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미 법무부. 사진/AP·뉴시스
미국 정부의 이런 압박은 지난 10월 말 구글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과 정반대되는 행보다. 구글은 미 법무부로투버 자사 앱이 선탑재되도록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사 등에 로비하고 수익 배분 계약 등을 맺음으로써 타사 앱의 선탑재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하원 법사위 산하 반독점 소위는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IT 공룡이 시장에서 시장 경쟁을 해치는 활동을 하며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