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서울시의 변심으로 송현동 땅을 팔지 못하게 되면서 대한항공의 자본금 확충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매입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뜻을 쉽게 바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한항공도 대안을 고심해야 할 상황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송현동 매입 계획을 돌연 연기한 가운데 중재자인 국민권익위원회와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까지 나섰지만 협상은 좀처럼 진전되질 않고 있다.
서울시는 앞서 송현동 부지 매입 마무리를 앞두고 시점을 특정하지 않겠다고 돌연 태도를 바꾸면서 사실상 계약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송현동 부지와 바꾸기로 한 마포구 상암동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의 지자체에서 반대 의견을 내면서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권익위는 계약 시점을 정하되 상황에 따라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최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협상은 진행 중이며 관련 조정과 대응은 권익위가 하고 있어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송현동 매입 계획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대한항공의 자본 확충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뉴시스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내놓은 땅이다. 국책은행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하면서 내년 말까지 2조원의 자본을 확충하라고 조건을 내건 바 있다.
대한항공은 앞서 기내식·기내면세품 판매 사업을 매각해 1조원을 조달하고 유상증자도 1조원 규모로 하면서 2조원을 채웠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앞두고 있고 내년 상반기까지 항공 업황이 회복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송현동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서울시가 이 땅의 용도를 공원으로 지정하면서 이곳에 새 건물을 짓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우기홍 사장까지 최근 직접 나서 김학진 서울시 부시장을 만났지만 성과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현동 매각이 난항을 겪으면서 대한항공은 대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현재 호텔과 공항버스 등의 사업 매각도 추진 중인데 호텔 사업의 경우 코로나19로 적당한 매수자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다른 자산의 경우 규모가 크지 않아 재무 개선에 큰 도움이 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빠르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상황을 살펴본 뒤 내년 초에 기안기금 신청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원활한 협상을 통해 하루빨리 송현동 부지 매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