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3단계하면 사채라도 끌어 쓰다가 신용불량자가 될 판입니다. 부담을 분담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서울 마포구 홍대 상권 소재 A미용실의 현모 사장은 15일 오전 <뉴스토마토> 기자와 만나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논의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현 사장은 "원래 오픈시간인 오전 11시부터 하루종일 예약이 차있었지만 코로나 이후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면서 "파마 등 고가 상품을 절반 가까이 할인해도 효과가 별로 없다"고 호소했다.
과거 영광을 증명이라도 하듯 입간판에는 '예약필수'라는 문구가 써있었고 미용실 사람들도 습관성으로 예약 여부를 물어보며 기자를 맞았다. 하지만 인터뷰가 진행된 점심시간 내내 고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현 사장은 "월 1000만원에 달하는 인건비·재료비·임대료에다가 기타 비용까지 부담돼 직원 휴일을 늘렸고 저도 월급을 못 받아가고 있다"며 "이대 상권에 아는 미용실이 30곳 있는데 25곳이 폐업했다"고 전했다.
이어 "폐업은 매출 하락뿐 아니라 비싼 이자 요인도 크다"면서 "있는 사람만 교묘하게 받아가고 서민에게는 까다로운 정부 대출 조건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홍대·신촌·이대 상권의 이발소 및 미용업 업소들은 '3단계'라는 단어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 지경이었다. 홍대 B네일아트샵 사장은 "아무리 짧더라도 절대 하면 안된다. 가게가 망한다"고 말했고, 신촌 C네일아트샵 직원도 "이미 매출이 5분의 1로 감소했다"면서 "사회적으로는 논의가 될지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안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진세가 잡히지 않아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상향될 경우, 각종 생활밀착 업소들에 집합금지가 내려져 문을 닫아야 한다. 비대면 서비스가 불가능한 이용업·미용업도 예외는 아니다. 이용업은 이발소를 뜻하고 미용업에는 미용실에다가 피부관리샵, 네일아트샵, 왁싱 업소, 눈썹정리 업소 등이 포함돼있다. 전국에 이용업 및 미용업은 16만7681곳이 있으며 세부적으로는 수도권 7만5024곳, 비수도권은 9만2657곳이다. 이 중에서 서울은 지난달 기준 미용업 2만7631곳 및 이용업 2610곳으로 집계됐다.
업소들은 불만을 개인적으로만 터뜨리는 게 아니라 집단적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대한미용사회중앙회 관계자는 "전국에서 미용실 매출은 30~40% 감소했다"면서 "일부 회원들이 전화해서 '감염빈도와 위험성이 높지 않은 미용실의 집합금지를 중앙회가 막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요구대로 3단계를 반대할지, 짧게 지속될 게 뻔한 3단계를 견디자고 할지 고민 중"이라면서 "광화문 집회 이후 요원한 매출 회복을 위해 재난지원금을 보편지급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대 상권의 한 미용실이 텅 비어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