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검찰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 지시로 증거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재산관리인 김경록 씨에게 16일 실형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1부(부장판사 김예영·이원신·김우정)는 이날 증거인멸 등 혐의를 받는 김씨의 결심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피고인이 이 사건 범죄에 대해 반성하고 있는 점을 참작했다”며 “다만 증거은닉은 중대 범죄인 점을 고려해 원심 구형대로 선고해 달라”고 말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증거 은닉에 가담하게 된 경위,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던 사정이 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정 교수와 명확한 갑을 관계에 있던 김씨가 지시를 어길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변호인은 “2019년 8월 정 교수에게 생필품을 전해주기 위해 방문했다가 지시를 받게 된 것”이라며 “동양대 PC 반출 관련해서 정 교수와 같이 간 건 당일 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미필적으로나마 (범행을) 인식하게 된 것은 불과 몇 시간 전인 당일 오후 5시 경 정 교수 전화를 받은 시점”이라며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범행이라기보다는 정 교수 지시에 따라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봐도 정 교수가 명령조로 이야기해 두 사람의 갑을 관계가 단적으로 드러난다고 변호인은 설명했다. 그는 “갑작스런 반출 지시를 그 자리에서 단호하게 거절하고 관계를 영구적으로 단절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김씨가 증거은닉을 먼저 제안했다는 정 교수 측 주장도 반박했다. 김씨가 증거은닉을 먼저 제안했다 해도 정 교수가 법률 전문가인 남편의 자문 없이 김씨 제안을 따랐을 리 없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피고인은 책임을 자신에게 미루고 있는 정 교수의 태도에 인간적인 배신감마저 금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8월 조 전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 관련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정 교수의 지시로 정 교수 자택의 PC 하드디스크 3개와 동양대 교수실 PC 1대를 숨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씨에 대한 선고는 내년 2월 5일 진행된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달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