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정부의 갑작스러운 임시 선별검사소 설치에 자치구들이 사전 준비가 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역과 용산역, 탑골공원, 강남 고속터미널 등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오가는 56개 주요 지점에 임시 선별검사소를 순차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임시 선별검사소는 무증상 감염자가 많은 3차 유행의 특성을 고려해 진단검사 수를 대폭 확대해 확진자를 초기 발견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14일부터 설치됐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 임시 선별검사소를 설치하고 있는 자치구들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의료인력·장비, 추위 등에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도입돼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임시 선별검사소를 설치한 자치구들은 인력난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임시 선별검사소마다 2명의 필수 의료인력과 군의관, 간호사 등을 포함해 총 5명 이상이 배치돼야 관리가 수월하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송파구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갑자기 시작된 임시 선별검사소 설치·운영에 인력이 부족하다"며 "군의관, 의료인력, 간호사 총 3명이 1개 조를 이뤄 쉼 없이 근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초구 관계자는 "의료인력이 2명밖에 내려오지 않았다. 2명이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해야하는데, 검사자 수가 계속해서 늘고 있어 검사소를 관리할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치구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진행된 코로나19 검사로 의료 인력들이 '번아웃' 상태까지 왔다"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추가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는 공공의료체계에 비상이 걸린 상황을 인지하고, 은퇴 또는 휴직 중인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에게까지 현장 복귀를 호소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현재도 5014명의 의사와 간호사가 현장에 투입돼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탈진 직전에 이른 상황"이라며 "은퇴, 휴직으로 봉사가 가능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다시 한 번 현장으로 복귀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또 겨울철에 접어들어 연일 체감온도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가 계속되지만, 대부분의 임시 선별검사소에는 추위에 대한 대비조차 되지 않았다. 부족한 난방 장비에 의료진은 물론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까지도 불편을 겪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난방 장치가 부족해 의료 인력들에게 우선적으로 난방 장비를 제공하고 있다"며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시민들을 위한 난방장치도 설치해야 한다. 서울시에서 인력과 장비, 예산 등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 차려진 탑골공원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