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최근 수출 호조로 해상운임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가운데 화주들을 상대로 한 해운사들의 '갑질 행위'가 도마위에 올랐다. 화주들은 "해운사들이 일방적으로 부킹(계약)을 취소하거나 추가로 계약서에 없는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횡포를 부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출물량이 급증해 제때 선적하지 못하는 화주들의 다급한 상황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운사들은 "사실무근"이라며 "지난 석달 간 운임을 올린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상 운임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 18일 기준 2411.82를 기록하며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SCFI는 10월9일부터 11주 연속으로 오름세다. 올해 초만 해도 800~900선에 머물렀던 지수가 2~3배 가량 뛴 것이다.
이는 해상 물동량이 급격히 늘면서 이를 실어나를 컨테이너선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 수출은 4분기 들어 2개월 연속 증가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11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고 이달 1~20일까지 수출은 1.2% 소폭 오르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적선사들은 물동량 급증으로 수출대란 조짐마저 보이자 계획에 없던 임시선박을 투입하기도 했다.
수출대란으로 운임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가운데 해운사들의 갑질이 심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해운사의 갑질 행위가 심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한 국적선사는 부킹이 완료된 스페이스(컨테이너)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한국보다 운임이 높은 중국이나 동남아 화물을 싣기 위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 관계자는 "당장 이번주에도 컨테이너 60개를 부킹했으나 모두 강제로 취소됐다"며 "요즘 선사들의 횡포를 보면 기가 막힐 정도"라고 토로했다.
동남아노선에 주력하는 한 국적선사는 이미 출항한 화물에 대해 추가운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짐을 싣고 중국 상하이를 거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향하는 서비스였다. 해운사가 운임을 더 내지 않을 경우 화물을 내리겠다고 하자 화주는 '울며 겨자 먹기'로 40피트 컨테이너당 600달러를 추가로 지불했다. 이 관계자는 "상하이에서 운임을 더 많게 부르니, 우리에게 운임을 더 지불하지 않으면 상하이발 컨테이너로 교체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해운사가 없던 수수료도 만들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근 한 해운사는 화주에게 미주 항만 적체로 '긴급 복합운송 부가료(EIT, Emergency Intermodal Surcharge)'를 40피트당 350달러 부과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항만에서 철도를 이용해 내륙으로 가는 화물에 대해 비용을 더 받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운업계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국적선사 한 관계자는 "우리는 9월15일 이후 모든 운임이 동결된 상황"이라며 "월별로 운임을 인상한 경우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포워더가 컨테이너를 확보하지 못한 책임을 해운사에게 돌리며 남탓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연초에 포워더가 국내 화주와 연간 계약을 맺었지만 수출대란으로 스페이스 확보가 어려워지자 해운사의 잘못으로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동안 해운사가 운임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는 쳐다보지도 않다가 이제와 운임이 상승하자 근거없는 얘기를 만들어 내니 힘이 빠진다"고 덧붙였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