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시중은행들의 펀드 판매가 올 들어 4조원 넘게 쪼그라들었다. 각종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여파가 이어진데다 주식시장 과열로 인해 투자자들의 직접투자 성향이 커진 탓이다.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판매사 제재가 본격화하고 판매 규제도 강화되면서 내년에도 시장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투자협회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10월 말 기준 사모펀드 판매잔액는 15조2186억원으로 지난해 말 19조5908억원에 비해 22.3%(4조3722억원) 급감했다. 은행별로 보면 DLF 사태로 지난 3월부터 사모펀드 판매가 금지됐던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2조7077억원, 2조1982억원으로 같은 기간 판매잔액이 43.6%, 30.9% 줄었다.
라임펀드 논란을 겪은 신한은행도 지난해 말 4조5367억원에서 2조9830억원으로 34.3% 감소했다. 농협은행은 10월 말 잔액이 2483억원으로 사모펀드 판매가 많지 않지만 전년 7209억원 대비 65.6%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은행들 가운데 국민은행만이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늘어났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6조3557억원의 사모펀드 판매잔액이 10월 말 7조814억원으로 11.4% 가량 증가했다. 사모펀드 논란에서 비켜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사모펀드 판매는 내년에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은행들은 연말까지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가 제정한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을 내규에 반영하기 위해 막바지 작업 중이다. 이를 통해 펀드와 같은 비예금상품의 판매 절차와 기준이 한층 강화된다. 다음달 본격적으로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가 시작되고 판매 규제도 강화되면서 은행의 펀드 판매는 한층 까다로워질 예정이다.
한편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중단됐던 사모펀드 판매를 재개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19일부터 사모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사모펀드 자산의 실재성을 확인하고 운용상황을 점검하는 등의 내부 정비를 마쳤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도 내년부터 사모펀드 판매를 재개할 계획으로, 현재 판매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