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지방 저축은행에서 만기가 짧은 저축 상품보다 만기가 긴 상품의 금리가 더 낮은 금리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출 부실 위험이 확대돼 수익이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고금리 수신 상품 취급을 줄인 탓이다. 내년 하반기 시행을 앞둔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수익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
지방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장단기 예금 상품의 금리가 역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에서 영업 중인 한 저축은행. 사진/뉴시스
2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방 소재 저축은행들이 장기 예금상품의 금리를 낮추는 기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현재 호남 소재 더블저축은행은 2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1.75%로 책정했다. 1년 만기 상품보다 오히려 금리가 0.35%포인트 낮다. 통상 예금 상품은 만기가 길수록 더 높은 금리를 부여한다.
경북 소재 대원저축은행과 대아저축은행은 모두 2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이율이 1.1%를 기록했다. 만기가 더 짧은 1년짜리 상품보다 이율이 오히려 0.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아울러 2년 만기 상품의 평균 금리가 1.91%인 것과 비교해도 금리 수준이 현저히 낮다.
스카이·조은·IBK저축은행 등도 2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은 1.6~1.8% 수준이었다. 1년 만기 상품보다 0.2~0.3%포인트 낮게 설정됐다.
이처럼 지방 저축은행 위주로 예금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 데는 코로나 확산으로 대출 영업 환경이 취약해진 영향이 크다. 코로나 여파로 대출 부실 위험이 높아진 상황에서 고금리 수신이 늘어날 경우 수익이 하락하고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가장 높은 금리를 부여해야 하는 만기가 긴 예금 상품부터 취급을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유동성 지표는 악화했다. 더블저축은행의 9월말 기준 유동성 비율은 121%로 지난해 동기 대비 89%포인트 하락했다. 대원저축은행의 유동성비율도 같은 기간 263%에서 195%로 내려갔다. 유동성 비율은 1년 이내 현금 동원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낮을수록 현금 지급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내년 하반기 시행하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도 금리가 높은 예금 상품 취급을 줄이는 이유로 꼽힌다. 법정 최고금리가 기존 24%에서 20%로 내려가 대출 이자수익이 감소하는데, 이전에 높은 수신 금리를 부여하면 손해가 커진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는데 수신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면 역마진이 날 수 있다"며 "여신에 대한 법정 금리가 낮아질 것을 대비해 수신금리를 조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