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김동현 기자] 올해 국내 ICT(정보통신기술) 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언택트)’이 일상이 된 한해였다. 비대면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운 배달앱 사업과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게임산업은 부흥했고, 통신사들도 답보된 수익구조를 쇄신하고자 '탈통신'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호황 뒤엔 부작용도 있었다. 인터넷업계에선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기업들의 독점 구조가 공고해지는 폐해가 양산됐다. 또 개인정보 해외 유출 문제도 심각해졌다. 이에 정부에서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과 넷플릭스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을 시행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했다. 올해 국내 ICT업계를 뜨겁게했던 주요 이슈 7가지를 정리해봤다.
한글과컴퓨터가 내년 1분기 출시할 업무협업 플랫폼 '한컴웍스'. 사진/한글과컴퓨터
언택트 대중화(재택근무, 탈통신, 배달시장 성장)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클라우드 보안 기반이 비교적 잘 구축된 ICT기업들을 중심으로 재택근무가 자리잡았고, 화상회의를 통한 업무형태도 대중화됐다. 초·중·고등학교 정규 수업이나 기업의 회의, 정치권 내 정당의 회의들도 화상으로 이뤄졌다. 비대면 가속화 흐름에 발맞춰 이동통신사들도 ‘탈통신’을 통해 변화를 꾀했다. 기존 통신 중심의 사업구조로는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데이터센터(IDC), 자율주행, AI(인공지능), 5G로봇 등 신사업 비중을 늘려가는 방향으로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달시장도 빠른 속도로 성장중이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3사가 독식하고 있던 배달앱 시장에 쿠팡이츠와 위메프오가 뛰어들었고,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에 따라 요기요를 품고 있던 독일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민을 인수하고 요기요를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업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5G 1000만 달성, 여전한 실효성·비싼 요금제 논란
상용화 2년차를 맞은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는 1000만 가입자를 달성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킬러서비스'와 5G 불통 문제는 과제로 남는다.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국내 5G 가입자수는 998만3978명으로 올 11월 사실상 1000만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입자 증가와 별개로 서비스 불만은 지속돼 통신비 인하, 서비스 보상 등이 과제로 떠올랐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8월 처음으로 발표한 5G 품질평가 결과에 따르면 5G 평균 전송속도(다운로드 기준)는 656.56Mbps를 기록해 지난해 롱텀에볼루션(LTE) 평균 전송속도인 158.53Mbps보다 불과 4배 빠른 수준을 보였다. 당초 통신사들은 5G 속도가 LTE보다 20배 빠르다고 내세운 바 있다.
배달앱 라이더가 주문받은 음식을 실어나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 30%' 추진
인터넷업계에서는 글로벌기업 구글의 '인앱결제(자사결제수단) 강제 확대 적용을 추진해 질타를 받았다. 구글이 게임 애플리케이션(앱)에만 해당하던 인앱결제 대상을 새해 1월부터 모든 앱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하면서 갑질 논란이 일었고, 업계의 비판과 국회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추진 압박에 9월로 연기했다. 애플은 구글보다 먼저 내년 1월부터 중소개발사(자)를 대상으로 인앱결제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15% 낮추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데이터3법 통과, 개보위 출범
올해 8월에는 개인정보의 활용과 보호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데이터 전담 중앙부처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출범했다.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시행에 따라 부처별로 흩어진 개인정보 관련 기능을 개보위 소관으로 통합했다. 개인정보위는 출범 이후 개인정보 이동권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개인정보 보호 기본계획을 마련했고, 내년에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업자에 전체 매출의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을 추진한다. 지난달에는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글로벌 IT 기업인 페이스북에 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신세계조선호텔에 도입될 KT의 AI 호텔로봇. 사진/KT
n번방 방지법·넷플릭스법…해외 사업자 규제 근간 마련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와 망 안정성 등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의무조항을 담은 ICT 법안이 20대 국회 막바지에 통과해 이달 10일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은 여전하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이른바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CP 사업자에 불법촬영물 신고기능, 금칙어·필터링 기능 등 기술적 조치 의무를 부과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것으로 평가받는 텔레그램과 같은 불분명 해외 플랫폼에 대한 집행이 어려워 비판을 받았다. 이외에도 대형 CP의 망 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명 '넷플릭스법'의 경우에도 해외 기업에 대한 집행력이 과제로 떠올랐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지난 14일 '먹통 사태'가 발생한 구글에 관련 사실 및 조치사항에 대한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하며 직접 나서기도 했다.
공인인증제 폐지→사설 인증 경쟁 가열
이달 10일엔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공인인증서제도가 폐지됐다. 기존 공인인증서는 '공인' 지위를 떼고 '공동' 인증서라는 명칭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민간인증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통3사가 함께 만든 '패스'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NHN페이코, 네이버, 토스 등이 초기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컴투스, 3년만에 중국 판호 발급
게임업계에서는 지난 7일 판호 개방 희소식이 있었다. 중국정부가 약 4년만에 국내기업에 판호(중국내 게임서비스 허가권)을 발급한 것이다. 수혜를 입은 곳은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천공의 아레나' 게임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수출길이 열려 기대감이 커졌지만 한편으로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신중론도 나왔다.
이선율·김동현 기자 melod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