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형사소송법 시행)①경찰 권한 확대로 검찰개혁 새 출발선

검찰-경찰 수평적 관계 정립 평가
경찰권 비대화 따른 통제책 필요 지적
"권력자 무혐의 종결 가장 우려"

입력 : 2021-01-0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올해 개정된 형사소송법의 시행으로 법 제정 이후 66년 만에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됐다. 경찰은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도 갖게 됐다. 또 개정된 검찰청법의 시행에 따라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대상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6대 범죄에 한정된다. 이러한 형사사법 시스템의 변화는 그동안 제기돼 왔던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축소된 검찰 수사권과는 반대로 비대해진 경찰 수사권 등 우려되는 부분은 앞으로 보완할 점으로 꼽힌다. 이에 올해부터 달라지는 형사사법 체계와 이에 대한 개선점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주)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찰과 경찰이 수평적 관계로 새로 정립되면서 범죄 수사에서 원활하게 협조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195조에서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수사, 공소 제기, 공소 유지에 관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형사소송법 중 사법경찰관리에 관한 조항은 기존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규정이 없어지고,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는 내용으로 변경됐다.
 
다만 검사는 송치 사건의 공소 제기 여부 결정 또는 공소 유지에 관해 필요한 경우, 사법경찰관이 신청한 영장의 청구 여부 결정에 관해 필요한 경우에는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또 검사는 사법경찰관리의 수사 과정에서 법령 위반, 인권 침해 또는 현저한 수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사실의 신고가 있거나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게 된 경우에는 사법경찰관에게 사건기록 등본의 송부를 요구하고, 송부를 받은 검사는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법경찰관에게 시정 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심야 조사 제한, 장시간 조사 제한, 변호인 조력권 보장, 별건 수사 금지, 내사 단계의 소환 조사와 영장 청구 제한, 전자정보의 압수수색 절차·사건과 무관한 전자정보 삭제 의무화 등을 규정하는 등 수사 과정에서 인권과 적법 절차 보장을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령도 적용된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의 1차적 수사권, 수사종결권 등 경찰권이 확대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권한의 확대는 통제와도 직결돼야 한다"며 "경찰이 권한을 가질 때 남용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측면에서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일상생활과 관련된 범죄에 대한 수사권으로 경찰이 사건이 종결할 때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이번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사례가 대표적인데, 경찰이 사건을 종결할 경우 내·외부에서 어떤 통제 장치를 마련하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에서 입건이 되면 검찰에 알리는데, 이 차관처럼 입건조차 되지 않는 사건의 종결 처리는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무혐의로 종결할 경우 내부적으로도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사법경찰관은 그동안 수사 중심이었고, 법 적용에 대한 훈련은 받지 않았다"며 "경찰이 형사법 지식이 모자라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메우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수사 대상자 입장에서는 검찰청까지 가지 않아도 사건이 종결되므로 이전보다 나빠지지 않을 수 있다"며 "여태까지 검찰의 핑계를 대고 권력을 남용한 부분이 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사건 피해자나 고소·고발자로서는 답답할 수 있다"며 "사건에 대한 이의신청이 만만한 절차가 아닌데, 그런 부분을 보호할 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확보했을 때 어떤 불편함이 있고,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하고, 대의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했다"며 "문제가 있으면 나중에 고치면 되겠지만, 시행착오를 강요하면서 이러한 중차대한 문제를 미리 짚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국선 변호인은 "그동안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지적을 받은 적도 있지만, 수사 지휘를 거쳐 적절히 통제된 측면도 있다"며 "하지만 기존에 수사 지휘를 받았던 것에서 전체 경찰 조직으로 수사가 확대되면 그만큼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모든 법률이 규정대로만 운영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으나, 이번에는 시행 초기에 혼란이 있을 수 있어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해 1월3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의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통과에 따른 권력기관 개혁 후속 조치 추진계획 발표에 이어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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