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윤 기자] 2021년에도 ‘제로금리’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완화수준을 유지할 것임을 밝혔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중앙은행들도 올해 저금리와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 부양책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는 8개월째 사상 최저치인 연 0.5%로 동결하고 있다. 0%대로 내려온 건 지난해 3월이후 10개월째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해 3월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포인트 인하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경기가 위축되고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로 파급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어 두 달 여 만인 5월 28일 한은은 수출과 투자 감소로 올해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기준금리를 다시 0.5%로 하향 조정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해 연말 기자간담회와 신년사에서도 ‘2021년 통화정책 완화기조 유지’ 의사를 재차 밝히며, 올해 기준금리도 현 수준에서 머무를 것이란 의사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 총재는 신년사를 통해 "앞으로 국내경제가 완만히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성장경로 불확실성이 높고, 물가상승률도 목표수준을 상당기간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통화정책은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완화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버블’ 현상도 동결에 힘을 싣는 원인이다. 정부와 당국은 최근의 부동산 가격 급등, 주식 빚투(빚내서 투자) 등을 ‘저금리’ 탓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한은은 자산가격 상승의 여러 원인 중 하나에 저금리가 있을 뿐 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현재보다 금리가 더 아래로 떨어질 경우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을 더욱 자극할 우려가 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올해도 기준금리 동결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 0.00~0.25% 수준으로, 만약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기준금리는 연 0.25%로 떨어져 연준의 금리 상단과 같아진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 투자금 유출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연준은 2024년은 돼야 금리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이유들로 한은은 이달 15일 올해 첫 기준금리를 정하는 금통위에서도 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재로써는 기준금리를 인하 혹은 인상할 여지는 전혀 없어 보인다”며 “실물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에서는 올해도 동결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해 경기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 올해 기준금리는 동결할 것”이라며 “가계부채 증가 등 유동성 확대의 부작용이 장기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내년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인상 논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j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