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윤 기자] 지난해 3분기 우리나라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가진 여유자금이 31조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빚을 내 투자를 하는 ‘빚투’와 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을 받는 '영끌' 열풍으로 인해 빚이 역대 최대치로 늘면서, 투자액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3분기 자금순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여윳돈을 나타내는 순자금운용액은 30조7000억원으로 1년 전(16조6000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3분기 가계의 순자금 운용액이 늘었다는 것은 이 기간 예금·투자 등으로 굴린 여윳돈의 증가 폭이 대출 등 조달액보다 더 많았다는 뜻이다.
순자금 운용액은 해당 경제주체의 자금 운용액에서 자금 조달액을 뺀 값으로, 자금운용이 양(+)의 상태라는 것은 여윳돈을 예금이나 투자 등의 방식으로 기업이나 정부 등 다른 경제주체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3분기 자금순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여윳돈을 나타내는 순자금운용액은 30조7000억원으로 1년 전(16조6000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사진/한국은행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운용은 2019년 3분기 40조6000억원에서 2020년 3분기 83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자금조달이 24조원에서 53조2000억원으로 늘어난 것에 비하면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로써 순자금운용 규모는 16조6000억원에서 30조7000억원으로 확대됐다.
가계는 주식투자 등으로 자금을 굴렸다. 금융기관 예치금이 24조5000억원으로 전년동기(27조3000억원)보다 줄었는데, 주식과 펀드 등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규모가 사상 최대치인 22조5000억원으로 불어난 영향이다. 해외주식 투자 규모까지 포함하면 주식운용 규모가 30조7000억원에 달했다. 가계의 주식자금 운용 규모는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09년 이후 사상 최대치다.
같은 기간 가계는 53조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 가운데 금융기관 차입이 52조6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2009년 통계 집계 이래 분기 최대 기록이다.
한은 관계자는 "생계 부분도 같이 작용했겠지만, 금융기관 차입에는 주택 거래량 증가에 따른 주택자금 수요와 주식 자금 수요도 분명히 있었다고 본다"며 "장기 저축성 예금 운용이 계속 줄고 단기로만 운용되고 있는 만큼 일부 예금 쪽에서 주식 투자로 빠지는 부분도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빚은 계속 늘었다. 일반정부는 순자금운용 규모는 1년새 16조4000억원에서 8조800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지난해 2분기에 납부가 유예됐던 세수가 들어오면서 정부수입이 확대됐지만, 코로나19에 따른 3·4차 추경 집행 등으로 정부지출이 더 크게 증가한 탓이다. 정부최종소비지출 규모는 1년 만에 80조4000억원에서 84조7000억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 비금융법인기업(일반기업)의 경우 순자금조달 규모가 17조8000억원에서 14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쪼그라들었던 매출이 회복된 영향이다. 외감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1년 만에 4.76%에서 6.00%로 상승했다.
한편 우리나라 전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가계 순자산운용 증가와 일반기업 순자금조달 감소에 힘입어 28조3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전년동기(16조8000억원)에 비해 11조5000억원 늘어났다.
이정윤 기자 j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