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지난 10년간 온라인 학습환경은 변한 게 없다. 학생들이 주체가 돼 강의를 쉽게 편집하고 기억할 수 있는 툴을 만들고 싶었다.”
박정현 비브리지 대표는 동영상 강의학습 툴 ‘슬리드’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교육이 일상화됐지만 온라인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질은 개선되지 않고 공급자 중심에서만 머물러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정현 비브리지 대표. 사진/ 이선율 기자
이러한 의문을 갖고 새롭게 만든 학습 툴이 바로 ‘슬리드’다. 서강대 경영학 전공인 그 역시 온라인 강의를 통해 코딩 공부를 했고, 학습 툴의 불편함을 자주 느낀 바 있다. 슬리드는 동영상을 시청하며 중요한 부분을 캡처하는 한편 메모도 할 수 있는 동영상 강의 학습 툴이다. 지난해 4월 출시 이후 별도 유료 홍보를 하지 않았지만 입소문을 타고 온 학생들에게 꽤 알려져 벌써 1만5000명 가량이 내려받았다. 학습한 강의 수는 약 20만건이다. 해외에서도 IT기기에 관심이 많은 일부 얼리어답터들에게 소개되기도 했다.
슬리드는 동영상을 슬라이드별로 자동 캡처해 필요한 내용을 일일이 받아 적거나 멈췄다가 캡처해야하는 번거로움을 줄였다. 이용방법은 크롬 브라우저에 접속해 슬리드에 접속해 관련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면 자동으로 설치된다. 강의를 실행하면 브라우저 상단 화면에 설치된 아이콘을 클릭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자동으로 PPT(파워포인트)형태로 추출해 저장할 수 있다. 또 추출된 이미지 중간에 메모가 가능하며, 다시 해당 부분의 이미지를 클릭하면 그 부분부터 동영상이 연결돼 다시듣기도 할 수 있다.
박정현 대표가 '슬리드' 사용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이선율 기자
비브리지는 올해 8월 법인으로 전환한 뒤 매쉬업엔젤스와 디캠프로부터 시드(종잣돈) 투자를 받아 인공지능(AI), 특정 단어 검색 기능 등을 추가하는 등 프로그램을 정밀하게 다듬었다. 고도화된 만큼 서비스도 올해 1월부터 유료 정책으로 변경했다.
유료버전은 동영상 속 특정 단어를 검색할 수 있는 등 기능이 추가됐으며 가격은 한달 구독기준 약 8달러(약 8700원)다. 인공지능(AI) 기능이 추가된 프리미엄 모델은 1만3000원이다. 박 대표는 “100개 캡처까지는 무료지만 100개 이상부터는 유료로 전환했다”면서 “무료 서비스는 지속적인 홍보를 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무료로 하더라도 광고를 넣는 방식이 있는데, 이 방법은 사용자의 학습 집중도를 깨뜨린다고 보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았다. 주 타깃은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로, 툴이 좋다고 생각한다면 돈을 지불할 가치가 충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튜브를 통해 슬리드를 구동시킨 모습. 슬리드는 동영상을 슬라이드별로 자동 캡처해 필요한 내용을 일일이 받아 적거나 멈췄다가 캡쳐해야하는 번거로움을 줄였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쳐.
특히 박 대표는 ‘슬리드’를 앞세워 오는 2월부터 곧바로 미국, 인도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슬리드’는 언어에 지장을 받지 않아 온라인 강의가 활성화된 해외 시장에서도 호응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미국 등 해외에서는 대규모 온라인 공개강좌인 ‘무크’가 활성화돼있다. 해외에선 에버노트, 노션 등이 유명한데 우리는 단순 메모를 넘어 동영상과 연동이 되는 메모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내가 보는 동영상과 문서가 연결돼 접근성이 편리하고, 완전히 온라인 동영상 학습에만 최적화됐다”고 소개했다.
경쟁사에서 비슷한 제품을 만들었을 때 대비에 대해선 “관련 시장이 커지면 좋다”면서 “대기업들이 뛰어들어 ‘슬리드’와 비슷한 제품을 만들면 일반 사람들을 이해시키기 좀 더 수월할 것 같다. 중요한 건 누가 더 잘만드냐다. 우리로선 그들보다 더 빨리 잘 만들어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슬리드를 통해 학습 편의를 증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다. 모바일 버전에 적용되는 툴 또한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공부를 할 때 필기를 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라고 본다. 평생 공부를 해야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록하고 저장하는 일을 좀더 편리하게 할 수 있는 매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