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윤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코로나19 재확산 진행 중 한미 금리차와 총재의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 등을 고려했을 때 금리는 현 수준인 0.5%에서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해에도 가계부채가 끝없이 불어나는 상황에서 유동성 위기 해결이 과제로 남아 있는 만큼 한은의 경기 판단과 전망이 주목된다.
11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오는 15일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번 회의에서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0%의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자 지난해 3월 ‘빅컷’(1.25%→0.75%)과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를 통해 2개월 만에 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했으며, 이후 작년 7, 8, 10, 11월 모두 동결 결정을 내렸다. 이달에도 금리를 동결한다면, 8개월째 동결 행보를 이어가는 것이다.
지난해 말 코로나19 3차 재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만큼 금통위가 금리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올해도 기준금리 동결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 0.00~0.25% 수준으로, 만약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기준금리는 연 0.25%로 떨어져 연준의 금리 상단과 같아진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 투자금 유출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연준은 2024년은 돼야 금리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해 연말 기자간담회와 신년사에서도 ‘2021년 통화정책 완화기조 유지’ 의사를 재차 밝히며 올해 기준금리도 현 수준에서 머무를 것이란 의사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 총재는 신년사를 통해 "앞으로 국내경제가 완만히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성장경로 불확실성이 높고, 물가상승률도 목표수준을 상당기간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통화정책은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완화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식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낮은 금리가 부동산시장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는 물론 완화적 통화정책을 추가로 내놓기도 어렵다. 현재 한은으로선 동결 외에 다른 선택지가 마땅치 않다.
최근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인한 실물과 금융의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시중 유동성이 3000조원 이상 풀린 가운데 갈 곳을 잃은 돈이 주식과 부동산으로 쏠리면서 자산가격은 날로 급등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장중 3200선을 넘었다.
자산가격 쏠림현상에 대해 금통위 위원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해 마지막 한은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경기회복 기대감과 풍부한 유동성을 배경으로 실물의 회복 정도를 훨씬 뛰어넘는 금융 상황이 전개되면서 금융불균형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와 감독당국과 위험요인을 면밀히 점검하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금통위 직후 예정된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가 현재 코로사19 사태에 따른 경제 상황 판단과 국고채 매입 정례화와 관련된 발언이 나올지가 관심사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자본유출이나 유동성 함정 우려가 없는 금리 수준의 하단)에 가까워졌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코로나 3차 대유행이 이뤄지고 있으며, 대규모 유동성으로 실물시장과 금융시장간의 괴리가 크기 때문에 이달 금통위에선 만장일치 동결할 것”이라며 “올 연말까지 동결 기조를 이어가다가 내년 2분기를 기점으로 금리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작년에 이어 올해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경기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 올해 기준금리는 동결할 것”이라며 “가계부채 증가 등 유동성 확대의 부작용이 장기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내년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인상 논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j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