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약발 떨어진 국내 백신 수혜주…제약·바이오 옥석가리기 시작됐나

올 들어 주가 15% 이상 하락…공공재 성격에 수익 기대감 약화

입력 : 2021-01-18 오후 10: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코로나19 백신 관련 수혜를 입었던 국내 제약바이오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글로벌 백신 보급 개시 직전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지만 백신 접종 이후 변종바이러스 우려가 불거지면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업체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의 관련 주로 분류된 국내 제약사들의 주가가 올 들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증시에서 화이자 관련주로는 KPX생명과학(114450), 제일약품(271980) 등이 꼽히고 있으며, 모더나는 엔투텍(227950), 에이비프로바이오(195990), 파미셀(005690), 소마젠(Reg.S)(950200), 안트로젠(065660) 등이 언급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SK케미칼(285130), 유나이티드제약(033270), 진매트릭스(109820) 등이 관련주로 분류된다.
 
올 들어 제약·바이오업종 대부분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 백신 관련주들은 유독 주가 하락폭이 크다. 진메트릭스와 유나이티드제약, 소마젠 등은 주가가 20%이상 급락했으며, 다른 관련주들도 평균 15% 이상 하락했다. 올해 코스닥 제약업종 지수 하락률(6.44%)을 두 배 이상 상회한다.
 
국내 백신 관련주들의 경우 명확한 정보 없이 기대감만으로 상승한 사례가 많은데, 어느 업체가 혜택을 볼지 단언할 수 없다보니 추가 상승 여력을 잃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달 말 모더나 백신을 한국 기업이 위탁생산 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녹십자(006280)한미약품(128940)의 주가가 급등했으나, 향후 사업성이 불확실하면서 주가가 되돌림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위탁생산과 관련된 루머와 기대감으로 한미약품의 주가가 크게 반등했지만 모더나 백신을 위탁 생산하게 될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며 ""만약 모더나 백신을 위탁생산 하게 된다 하더라도 인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백신의 공공재 성격도 기대감을 약화시키고 있다. 구체적인 계약조건이나 기간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 백신의 위탁생산이 이뤄지더라도 국내 기업의 실적이나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화이자는 최근 개최된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팬데믹이라는 특정 상황으로 (백신을) 낮은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며 “추후 코로나19가 통제 가능해지면 가격이 상승 가능할 수 있지만 당분간 모든 사람이 맞을 수 있도록 낮은 가격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향후 사업 전망에 따라 제약주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 테마로 묶여 주가가 함께 움직이는 지난해와 달리 실제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는 업체 위주의 주가 상승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제약·바이오 기업 중에서도 씨젠을 비롯한 코로나 진단키트 기업들이 대거 수혜를 입었다. 백신 생산이 활발해질 경우 코로나 백신 위탁생산(CMO) 기업이 수혜주로 주목받을 가능성도 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의 최대 수혜 기업이 진단기업이라면 올해 최대 수혜주는 본격적인 코로나 백신 개발과 생산시설의 숏티지로 인해 '백신 위탁' 생산 기업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델라웨어주 뉴어크에 있는 크리스티애나 병원에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공개 접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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