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으로 삼성의 경영공백이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한 삼성의 핵심인재 확보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아 지난 2018년 2월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지 35개월만에 재수감됐다.
이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은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채용 계획 등 굵직한 의사 결정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재계의 분위기다. 실제로 삼성은 이 부회장이 첫 구속된 2017년 2월 이후 1년간 대규모 투자나 M&A가 올스톱된 상황을 겪은 바 있다.
이재용(왼쪽 세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일 경기 평택에 위치한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했다. 사진/삼성전자
이렇다 보니 삼성은 아직 올 상반기 신규 채용 규모와 일정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2017년 2월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그룹 주도가 아닌 계열사별 채용을 진행해왔다. 다만 응시자의 편의를 위해 그룹내 계열사들이 일정 기간 동일하게 입사지원서를 받았다. 상반기 신규 채용 일정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일정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채용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본사 직원수는 10만8998명으로 2019년 말보다 3.05%(3231명)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상반기와 하반기에 채용을 진행한 결과다. 하지만 올해는 총수 부재라는 비상사태를 맞은 만큼 의사결정이 지체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장기 인재 확보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경영 복귀 이후 반도체를 중심으로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이상의 채용계획을 내놓았다. 여기에 지난해는 2030년까지 비메리(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하고 133조원 투자·1만5000명 채용 계획을 밝혔지만 재수감되면서 연쇄작용으로 인재 채용에 보수적 접근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삼성이 고용 시장의 '큰손'인 점을 감안했을 때 국내 고용 시장 전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취업준비생에게 정서적 불안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성장해야 고용창출에 투자할 수 있다"며 "삼성이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공장과 설비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양질의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