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누구 말이 맞나 법대로 따져보자!" '유튜브법정<최후변론>'은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이슈·사건을 현직 변호사들이 찬-반, 원고-피고 입장에서 다퉈보는 본격 법리공방 프로그램입니다. 뉴스토마토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법썰 시즌4' 유튜브법정 <최후변론>의 최기철입니다.
'층간소음' 문제가 일부 연예인 관련 논란으로 코로나19 이슈를 뚫고 급부상하고 있는데요. 층간소음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지요.
오늘 고품격 법리공방 <최후변론>에서는 이 층간소음 문제를 유튜브법정 사건으로 올리겠습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은 아니고요. 층간소음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사례로 마련했습니다. <SBS 라디오 컬투쇼>에서 소개된 사례를 각색한 것입니다.
오늘도 이번 사건을 원, 피고 양측으로 나눠서 공방을 벌여주실 변호사님들 모셨습니다. 신중권·박지희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우선 저희가 준비한 사례부터 함께 들으시고 <최후변론> 시작하겠습니다.
[사례]
서울 독산동 '구르지마 아파트' 207동 1001호에 사는 50대 주부 A씨는 층간소음으로 신경쇄약에 걸릴 지경이었습니다. 바로 윗층인 1101호에는 석달 전 새로 이사온 4인 가족이 살고 있는데요. 젊은 부부와 올해 초등학교 1학년생인 쌍둥이 아들 2명입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이 이어지면서 이들 가족 4명은 온종일 집안에서 생활했지요. 아이들이 소리치고 뛰어다니는 소리, 탁자 끄는 소리, 아이들 말리는 부부들 고함소리, 시도 때도 없는 피아노 소리까지는 어찌어찌 참아보겠는데 얼마 전부터는 매일밤 10시쯤 딱딱한 무엇인가로 바닥을 내리치는 소리에는 자다가도 깜짝깜짝 놀라 일어나야 했답니다. 참, 이 집은 개도 두마리 길렀는데요. 잠잠하다 싶을 때에는 이놈들이 번갈아 가며 짖어제치고 있습니다.
남편과 함께 몇번이나 찾아가 달래기도 하고 얼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한번은 그집 안주인이 차를 권하길래 실내로 들어갔는데, 거실 바닥에 스펀지 쿠션을 깔고 탁자다리 끝부분에 방음패드도 덧댄 것이 나름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보이더군요.
그러나 망아지 같은 아이들이 뛰는 데는 방법이 없었고, 철딱서니 없는 남편은 요즘 골프에 미쳐 서재에 퍼팅 연습기를 설치하고 연습에 여념이 없었어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밤에 '딱딱' 하는 바닥내리치는 소리는 남편의 골프클럽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였답니다. 피아노는 1101호 안주인이 집에서 수험생들을 상대로 과외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집 남편은 코로나19 여파로 직장을 잃어 현재 백수입니다.
A씨가 층간소음에 더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외동딸 때문인데요. 그집 딸은 지난해 고3이었는데 수능시험 약 한달을 앞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다시 창궐하자 대부분 시험 공부를 집에서 해야 했지요. 시험 준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가뜩이나 날이 서 있는 딸은 수능 한달 전쯤 부터 소화불량에 불면증까지 호소했고, 이런 딸을 보는 A씨 역시 우울증 증세까지 와 현재까지 병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2020년 11월 7일. 아침부터 층간소음이 유난히 컸던 그날 오전 11시쯤 A씨는 참다 못해 1201호를 찾아가 쑥스러운 부탁을 했습니다. 절절한 사정 얘기를 눈물과 함께 호소하고 "1101호를 응징 못하면 당장 숨이 넘어가게 생겼으니 한번만이라도 1201호에서 자신이 '정의의 응징'을 할 수 있게 해주면 백골난망이겠다"고 조아렸지요.
상냥한 1201호 안주인은 선뜻 부탁을 받아주었으나 소파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그집 바깥양반은 마뜩치 않는 눈치였습니다. A씨가 그의 입을 언뜻 봤는데 쌍욕을 한 것 같았습니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얻은 A씨는 1201호 안주인의 배려로 거실 카페트를 걷어 내고 맨바닥에 구두를 신고 올라가 펄쩍펄쩍 뛰었습니다. 몸에 땀이 배일쯤에는 미리 준비해 간 냄비를 바닥에 내동댕이 쳤습니다. 1201호에서 빌린 골프채로 자진모리 장단을 바닥에 시전하기도 했지요. 1101호 층간소음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에 이틀 더 1201호 거실에서 점심시간 30분 동안 '정의의 응징'을 가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일주일쯤 뒤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A씨 앞으로 소장이 날아온 것이에요. 1101호가 층간소음을 따지기 위해 1201호로 올라가 난장을 부렸고, 내막을 알고 나서 A씨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청구금액은 300만원입니다. 1201호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1101호가 A씨의 불법행위를 도왔다며 연대해 손해를 배상하라는 청구를 했다고 하더군요.
소송 대응을 고민하는 사이 수능을 본 A씨의 딸은 수능을 망치고 우울증을 얻어 병원 진료를 받고 있습니다(본 사례는 SBS 라디오 컬투쇼에 소개된 사례를 각색한 것입니다).
[변론]
-1101호 측 대리를 맡으신 박지희 변호사님, 청구취지와 청구이유를 말씀해주시겠습니까.
-1001호 A씨 측 대리를 맡으신 신중권 변호사님, 1101호 측 주장에 반론하시겠습니까.
-1101호 측 재반론 하시겠습니까.
-1001호 측 재반론에 반박하시겠습니까.
-양 측 대리인께 반대심문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우선 피고 1001호 측 대리인의 반대심문 후 원고 1101호 측 반대심문을 듣겠습니다.
-시청자 배심원 입장에서 제가 여쭙겠습니다. 우선 청구인 측에게 질문드리겠습니다. 이게 송사로 갈 일입니까? 그리고 청구금액 300만원은 어떻게 산정한 겁니까.
-피청구인 측에게 질문드리겠습니다. 먼저 1001호 측에게 묻겠습니다. 꼭 그렇게 '정의의 응징'을 해야 속이 시원했습니까. 1021호는 남의 송사에 휘말린 셈인데, 공동으로 책임을 부담해야 할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양 측 최후변론 듣겠습니다. 청구인 측부터 최후변론 해주시지요.
-다음은 피청구인 측 최후변론 듣겠습니다.
[변론종결]
이렇게 양측 당사자들의 입장과 주장을 모두 들어봤습니다. '층간소음' 문제는 어찌 보면 참 사소한 문제에서 시작을 하지만, 그 결과가 어마어마한 피해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요.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삶이 더 팍팍해지면서 이런 문제가 잦아지는 것 같아 참 안타깝습니다. 이웃간의 일이니 꼭 송사로 가야 할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럴 때일수록 조금씩만 더 양보하는 미덕이 절실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늘 주제에 대한 시청자 배심원들의 판단을 기다립니다. 지금 보고 계신
이 영상 게시판에 댓글을 달아주시면 소중한 의견으로 반영하겠습니다. 오늘 <최후변론>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