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7일 서울시정 1년을 책임질 새로운 서울시장을 선출한다. 3개월도 채 남지않은 이번 선거에 정치권은 일찍이 열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 보궐시장의 판도는 문재인 정부 지키기와 심판론으로 맞서는 모양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970만 서울시민의 1년 삶을 책임질 수 있는 각 후보의 정책을 비교·조명하고자 한다. 서울시민들은 각 후보가 내놓은 정책을 통해 더이상 이념 잣대가 아닌 내 삶을 책임질 후보를 선택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①부동산 정책을 시작으로 ②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책 ③행정수도 이전 ④청년 정책 ⑤성비위 해결 구상을 각 후보들의 답변을 중심으로 점검해본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에서 파생된 만큼 권력형 성비위 문제의 근본적 해소 방안이 중요한 쟁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각 후보들은 구조적 문제를 근본 원인으로 짚고 본질적인 해소 방안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21일 <뉴스토마토>가 여야 서울시장 후보군에 요청한 5가지 정책 질의와 후보가 직접 밝힌 바 있는 권력형 성비위 대책을 종합하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 조직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양성평등 전담부서의 신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시장의 권한에서 벗어난 '독립기구 설치', 야권은 진상규명을 통한 본질적 원인 해소를 강조했다.
4월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인 근본적인 성비위 문제 해소 방안을 제시했다. 사진은 서울시청 전경. 사진/뉴시스
우상호 '양성평등 전담부서'
우 의원은 권력형 성비위 문제에 대해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관 조직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근본적으로 관 조직이 가지고 있는 성인지 감수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포인트라는 것이다.
때문에 우 의원은 성비위 문제 해결을 위해 최고결정권자의 직속기구로 양성평등 전담부서를 두고 서울시 간부급 인사에 여성 인사가 발탁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야당이 박 전 시장 사건과 관련해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 것에 우 의원은 "본래 피해호소인의 어원은 가해자의 무고를 의도적으로 강조하는 용어가 아니고 여성·인권운동 진영에서 기존의 고소인, 신고인에서 진화해 한 단계 더 피해자성을 인정하기 위해 사용해왔던 용어"라고 설명하면서도 "어떤 이유에서건 우리당이 박 전 시장이 관련되어있지 않다는 느낌으로 쓰려고 했던 의도가 있었다면 부적절한 사용이었고 당 지도부에서도 이 부분을 사과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가 생긴 계기와 관계없이 가해자 측에 유리하게 전용될 소지가 있다면 성폭력·성희롱 사건에서 '피해자의 관점과 진술'을 더 존중해주고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라는 호칭을 쓰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전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후보가 21일 국회에서 '강남북 균형발전'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철수 '독립 기구 설치'
안 대표는 박 전 시장 사건이 권력형 위계에 의한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짚었다. 그는 "여성이 시장이 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기본으로 돌아가서 지자체장의 제왕적, 소왕국적 권력을 견제하고, 균형을 잡을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전 시장이 성범죄 방지를 위해 젠더특보를 임명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오히려 지자체장의 성범죄를 막기보다는 사후적 방어를 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문제는 젠더특보 자체가 시장 본인이 임명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안 대표는 인권위원회와 같은 독립적인 기관을 설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을 포함해 공무원들의 성범죄를 사전에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아무리 제도가 완비돼도 사람이 제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참고로 저는 집에서 '밥 줘'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 식사 시간 때 집에 있는 사람이 먼저 식탁을 차린다. 또한 결혼 33년이 된 아내와는 처음부터 맞벌이였다. 게다가 딸 하나를 둔 아빠다. 삶 속에서 성별 차이로 인한 차별과 불균형을 감지해내는 성인지 감수성이 뛰어난 편이라고 자부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야권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경선플랫폼을 야권 전체에 개방해줄 것을 제안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야권 '진상규명'
정책 구상을 순차적으로 밝히고 있는 국민의힘 후보들은 아직 권력형 성비위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는 정책의 부재보다는 출마가 본격화되면서 가장 우선 순위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을 우선적으로 공약하면서다.
하지만 야권은 일제히 박 전 시장의 실책을 지적하고 반드시 4월 보궐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해당 사건의 진상규명이 최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국민의힘 후보들은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이라는 토론회를 열고 한자리에 모였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번 보궐선거는 박 전 시장이 지속적으로 부하를 성추행하다 피소되자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다가 생긴 선거"라며 "박 전 시장이 시정을 맡은 10년간 서울시가 어땠는지 제대로 안 알려졌다. 모양내기에 치중한 채 정작 서울시민의 행복 관련 일들은 팽개친 것으로 요약된다"고 밝혔다.
오신환 전 의원은 "이미 벌어진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명확한 후속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은폐?묵인?방조 의혹에 대한 진실이 가려지지 않다보니 이를 빌미로 2차, 3차 가해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가해자에 대한 단호한 처벌"의 중요성을 강조, "권력형 성비위가 다시 벌어지면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시장에게까지 엄격하게 적용해서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같은 안이한 생각들을 뿌리 뽑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자인 나경원(왼쪽부터)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을 주제로 열린 발표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