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네이버가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지분교환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터테인먼트 사업 역량을 높이기 위한 시도로 이번 딜이 성사되면 글로벌 콘텐츠 분야에서 미래에셋대우와 CJ그룹에 이은 세 번째 포괄적 협력관계를 맺게 된다.
특히 케이팝 플랫폼 경쟁이 네이버, 빅히트, 엔씨소프트 3각 구도에서 네이버-빅히트, 엔씨소프트 2각 구도로 바뀌게 될지 주목된다.
네이버 그린팩토리. 사진/뉴시스
22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주식 교환 방식으로 지분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가 혈맹을 맺게 되면 네이버의 K팝 커뮤니티 서비스 '브이라이브'(네이버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와 BTS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를 활용해 협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구도에서 양사가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지분교환을 검토하는 이유는 케이팝 플랫폼에서 팬덤 문화 생태계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보다 많은 아티스트를 끌어들여 IP(지식재산권) 사업의 확장과 콘텐츠 브랜딩을 잘 구축한다면 안정적인 수익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케이팝 플랫폼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인한 비대면 스타 마케팅으로 지속 성장 가능성까지 보여줬다.
네이버 브이라이브와 위버스.
케이팝 플랫폼 시장에서는 이미 네이버의 브이라이브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위버스’가 큰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출시 6년차를 맞은 브이라이브는 네이버와 기획사와의 제휴를 통해 스타 혹은 인기 크리에이터들에게 제공되는 플랫폼으로, 네이버의 브이라이브는 지난해 기준 글로벌 다운로드 수 1억 건을 돌파했으며, 글로벌 이용자 비율이 무려 85%에 이르는 등 차세대 수익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팬 관리 플랫폼인 ‘브이라이브 팬십’의 경우 스타가 팬클럽을 관리하고 전용 콘텐트를 제공할 수 있으며 팬들의 이용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유료 멤버십 플랫폼이다. 지난해 8월 네이버는 SM 소속 연예인들의 해외 팬을 끌어모으고자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 SMEJ플러스와 미스틱스토리에 총 1000억원의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17년엔 YG엔테테인먼트에 500억원을 투자했다.
네이버는 향후에도 연예 콘텐츠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스타 마케팅’을 통한 팬미팅, 온라인 콘서트 등 비대면 연예서비스 사업에 적극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SM엔터테인먼트와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당시 한성숙 대표는 “SM과의 긴밀한 협업으로 ‘팬십’의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혁신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빅히트는 2019년 6월 ‘위버스’를 출시했다. 위버스에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뉴이스트, 세븐틴, 여자친구, 엔하이픈 등 빅히트 산하 소속 가수들부터 씨엘, 선미, 헨리, 드림캐쳐, 체리블랫 등 다른 소속 가수들까지 합류를 발판으로 전세계 233개국 약 1700만 다운로드를 기록, 빠른 성장을 보여줬다. 지난해 10월 열린 BTS 온라인 콘서트로만 491억원에 이르는 티켓 판매 기염을 토했고, 그레이시 에이브럼스, 알렉산더 23, 영블러드 등 유명 미국의 싱어송 라이터들도 합류해 주목받고 있다.
팬덤이 내재된 케이팝 플랫폼을 통해 얻는 추가 수익 효과도 크다. 위버스의 경우 커머스 플랫폼인 '위버스샵'을 통해 특별기획상품(MD)을 판매하며 추가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두 플랫폼을 통해 거둔 매출은 1127억원으로 이는 전체 매출의 38.3%를 차지한다. 네이버 역시 2019년 6월 자사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브이라이브'를 통해 BTS의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을 최초 유료 독점 생중계했다. 당시 공연에서 네이버는 최소 46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케이팝 플랫폼의 폭발적인 성장성을 지켜본 엔씨소프트도 가세해 아이즈원, (여자)아이들, 강다니엘 등을 내세운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유니버스’를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전세계 188개국 케이팝 팬들이 참여중인 유니버스의 사전 예약자는 두 달 만에 300만명을 돌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는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되는 시장 확대를 위해 기존 시장에서 유망한 주력 사업자와 협력하는 형태를 보여왔다”면서 “케이팝 플랫폼이 수익이 보장된 최대 먹거리로 떠오른 만큼 양사의 딜이 기정사실화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