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기자] "강한 종(種)이 살아남는다고 할 수 없다. 지적인 종이 살아남는다고도 할 수 없다. 오직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만이 살아남는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100일을 앞두고 지난 5일 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중의 일부다.
그는 다윈(Darwin)의 인용 문구를 들어 한은의 변화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김 총재는 "취임 3주일 후 주요20개국(G20) 회의에 참석하기위해 워싱턴을 방문했을때, 우리(한국은행)직원이 단지 2명뿐이라는 현실이 충격적이었다"며 글로벌화 시대에 국제적 안목이 결여된 중앙은행의 현주소를 꼬집었다.
그는 또 "고위직은 가장 일찍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것이 상례"라면서 "하위직이 해온 업무를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대외환경의 변화를 파악하고, 미래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연마해야 한다"며 한은 고위직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같은 그의 발언은 지난 4월 취임사에서 "한은의 경쟁상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나 영란은행 등 해외 중앙은행"이라고 강조했던 취지와 일맥 상통한다.
김 총재는 줄곧 한은의 국제적 역량 강화를 주장해왔고 이후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과의 교섭을 통해 영란은행, 중국 인민은행, 일본은행 등에 직원을 파견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성과도 보였다. 특히 지난 5월에는 "요새 한은은 태평성대"라면서 한은 내부의 안일한 업무태도에 줄곧 불만을 표시해왔다.
이런 김총재의 행보에 대한 한은 직원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해외 중앙은행으로 직원 교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조직개편을 시행하는 등 고무적인 일도 많이 했다"면서도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고 대외적으로는 한은 독립성에 의문을 표하도록 만드는 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은 지난달 내부적으로 조직개편을 위해 외부 컨설팅사에 개혁방안 용역을 의뢰해 놓은 상태다.
김 총재는 "한은 각급 직원들과 진솔한 의견을 나누고 이런 내용을 컨설팅 담당자에게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