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정의당 대표, 성추행 논란으로 사퇴…피해자는 장혜영 의원(종합)

직위 해제 결정 "사실 인정해 추가 조사 불필요"
장 의원 "당 대표로부터 인간 존엄 훼손 당하는 고통 컸다"
김 대표 "변명의 여지 없는 행위…진심으로 사죄"

입력 : 2021-01-25 오전 10:47:12
[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성추행으로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피해자는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이다. 특히 성 범죄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온 정의당이 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치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
 
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는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당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부끄럽고 참담한 소식을 알리게 됐다"며 "지난 1월15일 김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당 소속 국회의원 장혜영 의원"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김 대표의 성추행 의혹을 인지했고, 김 대표가 사퇴 의사를 전했다.
 
배 부대표는 "저는 당 젠더인권본부장으로 피해자의 요청을 받은 1월18일부터 일주일간 이 사건을 비공개로 조사했고 오늘 열린 대표단 회의에 최초 보고했다"며 "다른 누구도 아닌 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라는 심각성에 비춰 무겁고 엄중한 논의가 진행됐고 신속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에 따르면 김 대표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장 의원과 식사를 같이 했다. 식사가 끝난 후 김 대표가 장 의원에게 성추행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인 장 의원은 18일 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 부대표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다.
 
정의당은 가해자인 김 대표가 모든 사실을 인정했고, 추가 조사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이다. 배 부대표는 "이 사건은 다투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성추행 사건이고 가해자인 김 대표 또한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며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한 추가 조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은 이날 비공개 긴급 대표단 회의를 열고 배 부대표로부터 보고 받은 후 김 대표에 대한 직위 해제와 당 징계위원회 제소를 결정했다. 당규에는 대표단 회의의 권한으로 '징계 사유가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징계 사유의 중대성으로 인해 긴급히 직무를 정지시켜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징계 의결 시까지 잠정적으로 당직의 직위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 의원은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라 성추행 사실을 밝혔다"며 "마음 깊이 신뢰하던 우리 당 대표로부터 저의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고 사건 공개 배경을 밝혔다.
 
그는 "설령 가해자가 당 대표라 할지라도, 아니 오히려 당 대표이기에 더 더욱 정의당이 단호한 무관용의 태도로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피해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저에게 닥쳐올 부당한 2차 가해가 참으로 두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그보다 두려운 것은 저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이라며 "만일 피해자인 저와 국회의원인 저를 분리해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영원히 피해 사실을 감추고 살아간다면, 저는 거꾸로 이 사건에 영원히 갇혀버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김 대표 역시 입장문을 통해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였고 피해자는 큰 상처를 받았다"며 "피해자께 다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피해자는 평소 저에 대한 정치적 신뢰를 계속해서 보여주셨는데 저는 그 신뢰를 배반하고 신뢰를 배신으로 갚았다"며 "제 행위를 성찰하고, 저열했던 저의 성 인식을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사진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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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기자